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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신작시/정무현/해바라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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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무현
해바라기 외 1편
매일밤 달을 맞이하지. 온종일 해를 바라보지, 달을 맞이하기 위해 항상 몸을 낮추지. 해를 바라보기 위해 될수록 위를 향하지, 좀 더 잘 보여야지.
초저녁 어스름이면 슬그머니 자리를 정돈하고 달을 맞을 준비를 하지. 달을 노랗게 물들지. 포근한 쉼터를 만들지. 새벽이 오면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지. 휘어진 허리도 가급적 곧게 들어 올리지. 해를 바라보는 얼굴은 더욱 넓어지고 넓어진 얼굴에 오란 장식을 둘러달지.
그렇게 기다리지만 달은 머물다 가지를 않네. 그렇게 기다리지만 해는 바라보지 않네. 먼 옛날부터 우리는 그저 바라보고만 살지.
레코드
꿈이 소리로 흐른다. 아치스의 슈가슈가는 사랑에 눈뜨고 필링소우굿은 절정에 이른다. 박인수의 봄비에 사랑의 흐느낌을 안다. 존데버의 록키마운틴하이로 눈은 빛난다. 카메라의 신천지 얼굴은 팝페라를 부르고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은 아침 커피가 향긋하고 베토벤은 운명처럼 사색에 머물게 한다. 지금은 레코드 안에 들어앉아 버린 꿈이다. 나는 언제나 소리로 꿈을 만든다. 아버님의 18번 유정천리를 환청으로 만난다. 내가 살아온 길이 레코드 안에 들어있다. 돌고돌고 돌다가 결국은 작은 점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정기재 :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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