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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신작시/박솔/블러드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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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솔
블러드문
의사들은 시장 사람들처럼 바빠 보인다
우리는 거꾸로 선 빗자루처럼 한쪽에 서서
가느다란 기도를 중얼거린다
_ 저 눈물방울 같은 액체는 포도 맛
_ 새콤한 향이 나면 정신이 들 거야
피 냄새를 맡은 전화기는 자주 몸을 떨고
마당을 한 바퀴 돌고 싶었으나 증표가 없었다
반듯한 한 장의 네모를 찾아 헤매는 외로운 혈당
병원 침대 손잡이의 냉정한 온도
입장하라는 듯 자동문이 열린다
누군가 우리를 자꾸 떠미는 것 같아
치마가 거꾸로 펼쳐질 것 같아
기도가 들리지 않는 병원 복도
밤하늘에 핏빛 달이 피고 있다
댕강나무
너의 인사는 목마른 어둠을 걷어낸 는비
머리칼은 고불고불한 오솔길
나는 새에게 주머니를 하나씩 꺼내 보이고
새들이 흘리고 간 바람을 주워 담는다
너머의 세계를 그리워했지
물빛이라 계속 담을 수 없었어
채 썰어진 자잘한 생강 같은 생각들이
수액처럼 주머니 속으로 천천히 흘러든다
검붉은 구슬 같은 빗방울이 울컥거리는
바람의 주머니를 어루만지며
허공에 뚫린 노래를 마신 적이 있어
목이
긴,
너를
만날까 봐
시린 손끝 빨간 털장갑에 붙은
철 지난 해수욕장 막대사탕 같은
진실은 묻어두고 싶었어
초점 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히말라야시다 숲길 까마귀 떼
콕콕 찌르는 가시
밤새 연초록 치즈 같은 기침을 구워 먹는다
*박솔 : 경남 사천 출생. 2014년『다층』겨울호 등단. 금샘마을공동체 금샘마을신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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