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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신작시/성백술/고향 가든에 와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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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성백술
고향 가든에 와서
천마산 아래 고향 가든에 와서
닭도리탕을 시켜 놓고
오랜 얼굴 마주 앉았네
규천이 너는 농사지을래?
장가는 안 갈거냐?
베트남 여자가 괜찮다는데
산막골 건욱이는 베트남 여자 얻어
양강재활용센타 사장 잘 나가는데
병오 마누라는 예쁘장하게 생겨
국산 여자 뺨친다는데
이참에 나도 장가나 갈거나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용산 신한금속에서 사람을 구한다는데
취직을 해야 할거나
시켜 놓은 닭도리탕은 아직 안 나오고
장가갈 일이 걱정이다.
먹고 살 일이 걱정이다.
복숭아나무를 심다
오늘은 산비탈 묵은 밭을 일궈
복숭아나무를 심었습니다.
당장은 무슨 복숭아 빛 꿈이
주렁주렁 열리는 것도 아닌데
우거진 칡덩굴이며 가시나무들을 쳐내고
깊이깊이 구덩이를 파내면서
돌무더기에 손발이 긁히고
팔 다리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었습니다.
꽃이 피고 지고 새는 또 울고
한 해 두 해 세 해 몇 년을 자라야
잘 익은 금빛 복숭아 탐스러운
무슨 도원의 결의 같은 굳은 열매
바구니가 무겁도록 따 담을 수 있을는지
그런 것 지금으로서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단지 지금은 먼 내일을 위해
한 그루의 희망을 심어야 하는
이 바람 아픈 봄날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은
어지러운 황사를 자욱이 몰고 와
입술이 푸르도록 부르트게도 하지만
아직 조그만 눈망울을 닮은
애기나무들의 꿈과 희망
줄기를 키우고 잎을 피워 올릴 수 있도록
잘 썩은 밑거름과 함께
땅속 깊이 뿌리를 다져 넣었습니다.
그깟 산비탈 밭에 복숭아나무
하루아침에 희망이, 행복이
찾아와 주리라고 믿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꿈이라든가 희망이라든가
먼 훗날을 위해 심고 가꾸어야 하는
복숭아 빛 향기 가득한 미래
당신의 부푼 젖가슴 같은 탐스런 열매를 위해
오늘 하루 종일 복숭아나무를 심었습니다.
*성백술 : 충북 영동 출생. 2014년 『시에티카』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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