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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신작시/홍신선/입춘 근방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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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3,350회 작성일 15-07-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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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홍신선

입춘 근방 1

 

 

곧추 선 품새로 보면 갈대는 영락없는 삼천척의 폭포다.

햇볕 속 바싹 여윈 정수리에서 발뒤꿈치께로

적막들이 굴러 떨어지는 반짝이는 폭포다.

이 갈밭에는 그런 폭포들이

길길이 굉음의 침묵들을 쏟아낸다.

그 폭포의 물길들은 어디서 시작되는지

바싹 마를수록 내부의 수십 길 마음에 얹힌 집착을

선뜻선뜻 내려놓는 소리

그만하면 됐다 그만하면 됐다

살그락살그락 광휘롭게 쏟아져 내리는 침묵의 굉음들.

그 소리들마저 이즘엔 잦아들고

그리곤 하나 둘 미련 없이 꺾인다.

꺾여 제 뿌리 근방 어디론가에도 갈대는 편안히 가 닿지 못하는데

도무지 아프지 않게 본색 그대로 꺾이고 떨어지는

내 마음의 폭포.

 

말문에 걸쇠 걸어둔 하늘은 영영 침묵이다.

그만하면 됐다고 말문 터질

늙은 설매화의 꽃싹들 아직은 덩달아 입 봉했는데

 

누군가 철수하면 누군가 또 새로 진주해오는 입춘 근방.

 

삼천척; 이백의 시구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에서 가져옴.

 

 

 

 

동물의 왕국

 

 

어린 놈 담배 피지 말란 잔소리에 고딩이 벽돌 들어 단숨에 늙은 할멈의 뒤통수도 찍는

 

하루같이 공원 산책로에서 이다다드 아랄다드 뜻 없는 방언을 판 갈듯 엮어대는

성치 않은 정신의 중년 여자가 출몰하는

 

고무통에 살해한 시신 젓 담그고

왕따 친구에게 토사물 먹이고

몸에 끓는 물 들이붓고 패서 죽이는 놀이를

놀이로 즐겁게 노는

 

제 은밀한 신체부위를 포경선의 작살처럼 꼬나들고 돌진하는

골목길 바바리 맨도

내 몸 내가 벗었는데 뭐․․․․․․․․․․․․․ 당당히 히죽거리는

 

이런 어느 왕국,

인간이 동물로 급발진 하듯 튀어 들어가는

인간이 말법의 연옥에 놀이삼아 들어가는.

 

 

홍신선 - 1965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서벽당집, 겨울섬, 우리이웃사람들, 다시 고향에서, 황사바람 속에서, 자화상을 위하여, 우연을 점 찍다. 삶의 옹이, 연작시집 마음경등 다수. 현대문학상, 불교문학상, 한국시협상, 김달진문학상, 김삿갓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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