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57호/신작시/김소원/편백제국에 들다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김소원
편백제국에 들다 외 1편
발등으로 길이 일어선다
뒤꿈치 들면 한 번 더 어깨를 들썩이는
나무들 사이사이
하늘은 두 뼘 반이다
오목눈이가 수피를 톡톡 두드리자
나무는 앙가슴을 편다
긴 울림통 오래오래 떨며 새의 부리 동그래진다
나의 목젖에도 푸른 물 스미어
터져 나오는 말마디 잎맥에서 뿌리에 닿는다
잎이 재잘거리며 바람의 뒷머리 쓸어주고
나무가 허락한 만큼의 빛이
커다란 빗살로 숲의 허리 빗어내린다
환한 그늘 속 편백시민의 스크럼에
한낮이 저만큼 물러나서
먼 풍경화로 제국을 우러러본다
새소리도 바람줄기도
향기로운 물방울로 부유하다
편백 카펫 위에 꽃으로 덩굴손으로 내려앉는다
딱딱했던 입 속의 말들이 말랑해지며
먼 행성의 모래소리가 들려온다
같이
새벽열차를 타고
멀리서 찾아들 왔다
같이 보는 꽃 더 향기롭다고
동네 꽃길 살피다 보니
맞춤히 휘어진 가지 사이
직박구리 소리에도 물이 올랐다
서둘러 떨어진 꽃잎 가 닿은 물결 위로
송사리 떼 모였다 흩어지며
구름도 한 겹 한 겹 일렁였다
환한 길 나란히 걸으며
연신 예쁘다 고맙다 했지만
발갛게 꽃 피운 건 바로
나였다
김소원 - 2002년 《문학과 경계》로 등단. 시집 『시집 속의 칼』, 『그리운 오늘』. 2007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수상.
추천0
- 이전글57호/신작시/최서진/종합영양제를 삼키는 법 외 1편 15.07.10
- 다음글57호/신작시/최금진/드라이아이스 외 1편 15.07.1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