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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신작시/김서은/실종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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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3,608회 작성일 15-07-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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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은

실종 외 1

 

 

겨울비가 티븨를 훔쳐보는 한 밤 티븨실종 을 본다 우리 아이를 찾아주세요” “내 아내를 보신 분 후사 하겠습니다일그러진 얼굴들이 내 눈꺼풀에 달라붙으면서 사로잡힌 물고기같이 심장이 파닥거린다. 창밖은 깊은 강물처럼 출렁거리고 그런데 갑자기 사방에서 허기가 몰려오는 걸까?

 

전 방위로 쏟아지던 햇살이 잠실 파크리오 모퉁이를 돌아간다. 책크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머리띠 나풀거리면서 햇살 자라목으로 엎드린 화단 속으로 사라진 뒤 오래 전 꽃을 버린 벚나무 다리에 그림자가 바짝 붙어 있고 어디선가 흰 나비 떼가 몰려온다. 날개 한 번 펴지 못한 채 바닥으로 내리 꽂히더니 물처럼 녹아 버렸다.

 

겨울비가 연신 기웃거리는 자정 넘긴 시간 지금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가물가물 사라지는 자막 속에서 그 시간 돌아오지 않는 내 아이 노랑머리가 삐딱하게 웃고 있다. 아기집 속에서 꼼지락 거리던 나와 지금의 나 사이를 통과 하지 못한 욕망의 칼로리가 납작하게 눌리면서 스르륵 내가 꺼진다.

 

벽걸이 시계 빨간 눈알 만 거실과 내 방 사이를 규칙적으로 돌아다니고 있다.

 

 

 

 

선물.2

 

 

그 소포는 아직 도착하니 않았다 그의 손 안에는 어제의 어제들이 한 잎 한 잎 바스라 져갔다 뜨거운 태양이 구름을 녹이고 세상은 어디론가 사라질 것 같지만 끊임없는 농담 속에서도 우리는 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몸속을 돌던 필름들이 스르륵 풀려가고 지구 밖 다른 마을에선 별들이 지고 있었다 가슴속 종양을 도려 내 듯 여린 면도날 빗줄기가 그림자마저 포획해버리고 어디선가 해풍에 밀려온 피 냄새 비릿하다.

 

흙먼지 묻은 구두코를 보듯 가슴 속 유리가 한 겹 한 겹 두꺼워지고 가끔은 스스로를 속이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기억은 기억 속으로 지워져갈 뿐, 그렇게 한 페이지 씩 낡아가는 것은 아니었을까 햇살이 사소한 예각 속으로 흡입되어 완강한 어둠속으로 걸어간다. 아무렇지도 않게 오래된 연인들은 이별의 문장을 익히고

어제를 흐르던 음악들은 어제의 잠 속으로 지워진다. 그가 보낸 소포는 아직 소식이 감감하다

 

 

김서은2006시와세계로 등단. 시집 안녕, 피타고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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