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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신작시/이현호/필경사들-아프니까 청춘이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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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3,415회 작성일 15-07-10 11:28

본문

이현호

필경사들 외 1

아프니까 청춘이다

 

 

누가 이리 아름다운 말들을 적어 보냅니까

부족하게도 우리의 눈과 귀는 두 개뿐이어서

머리와 몸통과 팔다리를 다른 바구니에 넣어둔 조카의 장난감같이

우리의 이목구비로부터 사지로부터 오장육부로부터

우리는 점점 멀어지기로 합니다

 

인공위성처럼 떠도는 우리 파편들이 쉼 없이 수신해오는 금언(金言)

잃어버린 손목은 어디서 밤새우며 받아 적고 있습니까

부족하게도 손발은 두 개뿐이고 그마저 몽당연필처럼 닳아가지만

불야성 속에서 별을 보기 위해 별처럼 빛나는 인공위성을 찾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더 어두워져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린 버려질 수도 없습니다, 아무도 우릴 가진 적 없으니까

모두가 그토록 꿈꿨던 영원한 청춘을 계속하며

 

무릎을 텁니다, 그것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무릎을 텁니다, 아름다운 말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무릎을 텁니다, 털어야 합니다

정자(正字)의 세계입니다 필기체로는 안됩니다

자정(子正)의 거리를 서성이다 보면 어둠만이 우리를 정서(正書)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 아름다운 말들은 누가 적어 내보냅니까

부족하게도, 배가 고픕니다 배가 고파도 되겠습니까

어서 더 많은 金言

 

 

 

 

캐치볼

 

 

네 입술은 잘 길든 글러브 같아 잘 던지고 잘 받는다 알사탕같이 농담을 굴리며, 입을 가리고 웃는다

 

입은 입을 주목하고 입속에서 입속으로 같은 계절풍이 드나들고, 작은 유리잔에 담긴 시간을 나눠 마시는 순간

 

농담을 하니까 사람 같다 웃음 속에선 세상이 녹아내리고, 우리는 나쁘게 좀더 헤프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농담처럼 벌어질 때까지, 저녁은 저녁의 빛으로 물들고 겨울은 겨울의 체온으로 젖을 때까지

 

입을 가리고 웃는다, 방금 또 스쳐갔다

 

 

이현호 - 2007현대시로 등단.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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