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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신작시/박찬세/상자 이야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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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3,802회 작성일 15-07-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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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세

상자 이야기 외 1

 

 

상자가 있었다

그리고 세 사람이 있었다

상자를 열어 보고 방으로 간 사람과

방에서 나와 상자를 열어 보고 다시 방으로 간 사람과

상자를 열어 보지 않고 방으로 간 사람

 

상자가 있었다

그리고 세 사람이 있었다

상자 때문에 술을 마시는 사람과

술 때문에 상자를 열어 본 사람과

술을 마시는 사람

 

상자가 있었다

그리고 세 사람이 있었다

상자 때문에 친구가 된 두 사람과

상자 때문에 싸우게 된 두 사람과

상자 때문에 외면하는 두 사람

 

상자가 있었다

세 사람이 있었다

아무도 상자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고 있었다

 

 

 

 

내 몸에 자석이 있다

 

 

정신을 놓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 침대 위다

여기가 어디 지에서 어떻게 왔지로 뒤척이는 때이다

기억이 어항 밖으로 뛰쳐나온 뱀장어처럼 꿈틀대는 때이다

그때마다 내 몸에 자석이 있는 건 아닌지 짐짓 심각해져 보는 것인데

가끔 빗장 걸린 내 가슴이 활짝 열릴 때면 내가 키운 날짐승들이

무거운 날갯짓으로 이곳저곳 나를 부리고 다니다가

너무 많이 뱉어버린 말들을 물고 새들은 날아가고

내가 한껏 새처럼 가벼워지면 집이 풍기는 자장을 읽고

척하고 붙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내 몸에 자석이 있다 생각하니 의문이 풀린다

공중화장실 둘째 칸만 가는 것이나

단골 식당 메뉴판 아래만 앉는 것이나

서점 시집 코너에만 머무는 것이나.

쇠막대에 자석을 문지르면 자석이 되듯이

내가 문지르는 곳마다 내가 심어 논 자성이 나를 당기고 있었던 것

당신을 만나면 말보다 먼저 안고 싶은 것도

당신이 나에게 착 달라붙는 것도

우리가 뜨겁게 살 부볐기 때문이고

자성이 약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낯간지러워 불러도 쉬이 대답 못 했던 자기라는 말

이제 내가 당신에게 불러주고 싶다

갓난아이에게 사람들이 달라붙는 것이나

가족이란 언어도 이제 다 알겠다

울고 싶을 때마다 왜 하늘을 올려다보는지 알 것 같다

 

 

박찬세 - 2009실천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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