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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신작시/박홍/집이 비명을 지르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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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3,419회 작성일 15-07-10 11:37

본문

박홍

집이 비명을 지르다 외 1

    

 

화장실 안 쪽 타일이 또 몇 개 떨어져 나갔다

짜증스러워서 우두커니 먼 데를 본다

전세값에 융자를 얻어 겨우겨우 장만한 집이다

이 집에서 아이들이 태어나 제비처럼 재잘거렸다

좀 더 커서는 바깥으로 나갔다가

제 길을 익히고 돌아와 자랑했다

이제 아이들 제 길을 찾아 떠나고

집은 텅 비었다

언제부터 땅 속 배관들이 녹슬기 시작했을까

보세요, 너무 오래됐어요, 녹 덩이네요

암 덩이처럼 부풀어 터진 수도배관을 수리공이 파헤쳐 보였다

부엌 출입문이 아귀를 비틀고 있다

오래된 집은 한군데 고치면 또 한군데가 틀어져요

전문가처럼 수리공이 말한다

나의 무릎에서도 뚝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산을 내려오다 슬쩍 미끄러졌는데

허리가 비명을 지를 때가 있다

파시려구요?

아네요, 그래도 조금씩 손을 보면서 사셔야지요

노인네처럼 수리공이 말했다

오늘 다시 그를 불러야겠다

 

 

 

 

문득 


 

먼지가 수북이 쌓인 포장마차 한 대가

비닐 끈으로 묶여 골목쟁이에 방치되어 있다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만나고 떠나보냈던 친지를 만난 듯

눈물 글썽이며 아이 하나가

마음으로 걸어들어 온다

 

알 밴 거미 같은 리어카 한 대가

천호대교를 건너고 있다

천호시장에 어둠이 내린다

사내는 떨이를 외치고 있다, 연신 손을 부비고 발을 동동거린다

 

카바이드 불빛에 드러난 얼굴이

사과처럼 발갛다

문득, 마음이 가난해진다

해진 운동화도 꼼꼼하게 기워서 신고 어두운 골목을 누비고 있다

전류처럼 어둠이 제 체온을 흘러 보내고 있다

 

 

박 홍 - 2010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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