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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신작시/송미선/블루스를 추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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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3,321회 작성일 15-07-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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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선

블루스를 추자 외 1

 

 

당신과 나 사이에 놓인 사다리의 검은 건반

한걸음 다가서면 늘어나고

 

바람의 머리끄덩이 끌고 와

블루스를 추자

 

연못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걷어와

외면하고 돌아서는 파도소리 잡아와

 

사랑을 남발하는 내가 지겨워

당신은 빈 악보를 채우지 않지만

자전거를 타듯 블루스를 추자

 

주파수는 꿈과 잠멀미 사이에서 노래 부르고

녹여 놀아 뒤엉켜버린 하루살이처럼

내일을 지우고 블루스를 추자

 

당신은 간지러운 내 그림자

 

스텝도 버리고 리듬도 버리고

백치의 기억대로 하나 둘 하나 둘

잔디밭 이슬이 발바닥 간질이는 대로

블루스를 추자

 

 

    

 

 

 

발목사이로 칼 가시오 칼 갈아요

휴대용 확성기가 비집고 들어온다

명함 속 빈 웃음이 길바닥에 나뒹구는 롯데리아 사거리

선거철이니까 하고 확성기를 봤지만

뻔뻔한 얼굴이 아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담담한

어느 골목에서나 마주쳐도 좋을

스쳐지나가 곧 잊어버려도 되는 표정을 하고 있는

 

벽 대신 벼랑으로 밀어붙이는 칼날

스친 자리마다 꽃술이 맺히고

한 발은 횡단보도에 걸치고 있다

 

칼 갑니다 칼, 칼 가시오

 

쏟아지는 말이 건널목에 들어선다

칼 가요 칼 갈아요 칼

사람들이 확성기 꼬리에 매달린다

 

칼날을 쓸어 보지만

칼집은 입을 열지 않는다

더 잃어버리기 위해 호주머니를 뒤지는 사람들

 

신호등에 대한 예의를 버리고

집을 뛰쳐나온 칼이 확성기 입속으로 뛰어든다

 

발끝에 차이는 칼날

사람들 뒤꿈치를 쓰윽, 날을 죽인다

 

 

송미선 - 2011시와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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