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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신작시/조재형/이면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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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2,777회 작성일 15-07-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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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조재형


이면지 


겉면의 몸부터 이면의 마음까지

양면을 다 써먹어 버린 아버지

한 때는 어떤 바람을 담기에도 충분했던 백지

누가 함부로 휘갈겨 놓았나

뒤져 보아도 여백이 없네

접었다 펼치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깎여 나가 무디어진 온몸의 모서리

얇은 기침에도 들썩이네

가장이라는 무거운 형식

협소한 그 면적으로 어떻게 끌고 왔을까




 슬픔의 안전핀을 뽑다 


  당신에게 나는 칼이었다. 상처만 주고 흉터만 남겼다. 그럼에도 칼집이 되어 나를 포용하다니

  당신 앞에 서면 나는 백지다. 처음인 듯 그리는 당신이라는 밑그림, 오래 오래 비워 둔 오늘을 당신으로 채우겠다.

  당신에게 나는 방언이다. 어떤 수식도 착용하지 않고 보조용언도 껴입지 않고 알몸으로 서술하는, 우리라는 본문

  당신에게 나는 뚜껑이다. 이제 그만 닫아야겠다.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도록 내 전부로 마감해야지.

  나는 당신에게 파지다. 발단을 전개하다 절정에 이르지 못하면, 구석에 던져지는 파지다. 당신의 일부라면 이면이어도 좋다.

  당신이라는 바람이 휩쓸고 가면 나는 폐허다. 완강히 붙들고 있던 굴레며 인습이며, 다 뽑혀 나갔다. 쓸쓸한 추억 한 줄에 매달린, 나는 폐허다.

  당신의 미소는 구인 영장이다. 나는 그 미소 한 장이면, 온전히 당신에게 갇혀 버렸느니

  연습장이어도 좋다. 당신의 어떤 것도 쏟아 놓기를. 떠날 때는 아무 것도 지우지 말기를. 당신에 관한한, 퇴폐도 폐허도 내게는 유적이니까

  그리하여 당신은 나에게 수건이다. 흐릿한 어제의 내가 이만큼 환해진 건, 말간 당신에게 닦여서다. 고여 있는 당신의 눈물은 나를 오래 닦아 온 흔적.

  내 모든 슬픔의 배후에는, 당신이 도사리고 있느니


*조재형 : 2011년「시문학」등단, 시집 <지문을 수배하다>, 현)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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