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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한시산책/서경희/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서서 - 유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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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산책
서경희
유우석 –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서서
올해는 윤9월이 있어서 늦가을과 초겨울의 기운을 아우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가을과 겨울 사이. 겨울이 가을을 밀어내려고 한다. 이 계절에 우리가 20대와 30대에 품었던 혁신에 대한 열망을 돌이켜본다. 어떤 사회에서나 젊은이는 변혁을 꿈꾼다. 그들의 요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혁신을 꿈꾸던 당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 772~842)은 중당(中唐)의 시인으로서 자는 몽득(夢得)이다. 이른 나이에 관계에 진출하였으나 중도에 실각하여 남방의 지방관으로 근무하였다. 그의 족적을 살펴보노라면, 그와 노선을 함께 했던 유종원(柳宗元, 773~819)이 일찍 세상을 떠난 후, 만년에는 백거이(白居易, 772~846)와 교유하면서 시문(詩文)에 힘썼다. 그리고 비싼 약을 구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자연에 널려있는 한방 약재에 관심을 쏟기도 했다. 구기자(枸杞子)를 예찬한 시(詩)에서 ‘환지일작가연령(還知一勺可延齡)’이라고 하여 구기자 복용으로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그가 71세까지 연명한 것은 아마도 구기자가 한 몫 한 것이 아닐까 한다. 농민의 실상을 노래한 《죽지사(竹枝詞)》와 《유몽득문집(劉夢得文集)》(30권) 《외집(外集)》(10권)이 남아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두 편의 가을 시는 <추풍인(秋風引)>과 <추사(秋詞)>로서 곧 이어 올 초겨울의 찬 하늘을 감지하게 되는 시이다.
어느 곳에 가을바람 이르렀나? 何處秋風至
소소하게 기러기 떼만 보냈네. 蕭蕭送雁群
아침 되자 뜰의 나무에 깃드니, 朝來入庭樹
외로운 나그네 맨 먼저 듣누나. 孤客最先聞
예로부터 가을 되면 쓸쓸하다지만, 自古逢秋悲寂寥
나는야 가을볕이 봄날보다 좋다네. 我言秋日勝春朝
맑은 하늘 학 한 마리 구름 제치니, 晴空一鶴排雲上
문득 시심이 푸른 하늘까지 이르네. 便引詩情到碧霄
‘山不在高 有仙則名, 水不在深 有龍則靈’
유우석의 <누실명(陋室銘)> 첫구절이다. 이 글을 좋아하여 한동안 외우고 다녔던 젊은 시절을 생각한다. 집은 덕의 향기가 충만한 사람이 거처해야만 좋은 집이다. 책은 유익한 언어가 가득해야만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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