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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신작시/이경숙/딱새는 어디서 날아왔을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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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095회 작성일 15-07-09 15:02

본문

신작시
이경숙

딱새는 어디서 날아왔을까


딱새 한 마리 마루 끝에 날아와 앉아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쏟아 놓는다.
동남아 하늘을 날던 피곤한 날개를 접고
손톱 끝을 직선으로 잘라낸 어린 며느리
딱새처럼 부리를 재잘거린다.
내 귀는 마루 언저리만 맴돌다가 휘적거리며 돌아온다.
손톱 선을 바라보던 나의 미간이 꿈틀거리다. 
통역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떨어진 말을 쓸어 담는다
- 남편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얘야, 사랑이 어디에 있는 걸까? 내가 가져다 줄 수 있을까?)
- 재미가 없어서 돌아가고 싶어요.
(얘야, 너는 돌아갈 부모라도 있어 좋겠다. 재미로 시집을 간다더냐.)
- 남편은…….
(얘야,)
- 남편은…….
(얘야,)
쟁여 두었던 며느리의 말들이 천장으로 날아오르고
창문에 매달리고 신발장 위에서 재잘거리는 동안에도
아기딱새는 입만 벌린 채 말이 없다.

딱새 한 마리 마루 끝에 앉아 호동그란 눈망울로
쉼표 없는 단어를 쏟아낸다.




떴다 떴다 비행기
― 어린 신부의 독백

열아홉 살의 겨울이 나를 기다리는 줄 몰랐어.
엉성한 침대에 몸을 기댄 아버지
아버지의 세상에 등붙인 어머니는 
숨이 차도록 종종거려도 늘 그 자리였어.
한국으로 시집가면 어떨까.
푸념처럼 뱉어낸 어머니의 목소리는 물에 젖고
예스도 노도 준비하지 못한 나는
대답 없는 나에게 자꾸 물었어.
하루도 이틀도 사흘도
뾰족한 답은 찾아지질 않았어.
둥그런 답도 없긴 마찬가지였어.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물었지
비행기를 타고 구름 닮은 꿈을 꾸는
나는 누구일까.
어머니가 말하는 나는
내가 믿어왔던 나는
다른 얼굴을 하고 서로를 알아보지 못해
갸우뚱 갸우뚱
스무 살의 겨울은 외투 한 장 마련해주지 않았어.
 

*이경숙 : 창신대 문창과 졸. 경남작가 신인상(2004). 개천문학 신인상 가작. 마로니에 백일장 입상. 평사리 문학관 파견작가(2010). 시집 불편한 쾌감(2011). 다층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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