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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신작시/조민/꽃밭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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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조민
꽃밭에서
화단에 뿌린 건 상추씨
화단에 묻은 건 고양이 머리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거꾸로 매달려야 잘 자라죠
가지와 가시오이는
겉과 속이 다른 열매들
열매의 상부에 핀 꽃들이여*
비닐 따로 폐지 따로 유리조각 따로 뼛조각 따로
민달팽이가 티눈처럼 붙어 있습니다
봄이 오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비닐을 뒤집어쓰고
비닐을 뚫고
태어납니다
고양이 닮은 이 동네 아이들이
가을
길고도 짧다 네가 사는 골목은, 꼬리 없는 고양이 한 마리 지붕 위에 앉아 있다 고양이도 딸꾹질을 한다. 핏줄은 왜 파랄까 창문 너머 파란 물탱크 파란 하늘 빗자루는 골목을 쓸다 멍하니 저쪽을 바라본다. 제 입던 옷을 한 아름 안은 여자가 수거함 쪽으로 간다. 버린 옷은 다시 꺼내 입을 수가 없다
나는 오늘밤도 죽은 이모 옷을 입고 잔다.
*조민 : 2004년 『시와사상』신인상 수상, 시집 민음사 『조용한 회화가족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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