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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신작시/김소형/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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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124회 작성일 15-07-0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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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소형



비오면 물에 잠기는 도시 언제나 침수되던 도시 그곳에서 살고 싶던 어린 나의 기억 
물에 잠긴 그녀는 도시의 자랑거리 
모두가 탐냈기에 그들은 공평해졌지
각자 유목을 가져와 궤를 만들고 그녀를 보관하기로 
비는 물을 사랑하고 비와 물은 멈추지 않았으니 도시는 잠기고
새 떼가 익사하고 기도는 침몰하여 사라졌지만
물은 인간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수십 세기를 떠다녔던 그들의 자랑거리
녹색 표피의 그녀를 마주친 것은
우연한 사건
언 호수에서 사람들은 발견한다
궤는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그녀가 속삭였지
비와 물의 사연을 읽어주듯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들 한참을 듣다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매끄럽고 눈부신
양치식물이 뒤척이는 광경을




ㅅㅜㅍ


꿈속을 걷고 있다고 믿었지만 숲이었습니다 
어딜 가나 음악이었고 어디서나 당신의 음성이 들리던 숲
환한 잠 부리에 묻힌 붉은가슴울새가 싸락눈에 섞여 쏟아졌지요 저는 몇 개의 잠을 따 광주리에 담았습니다
제게 잠을 먹이려는 어수룩한 무리가 있었고 다시 이 세계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는 천사들이 있었지요 밤마다 불 피우며 땅속에다 숲을 두고 돌 속에다 숲을 두고 주머니에도 발가락 사이에도 두었습니다 
이미 죽은 당신에게 총을 겨누는 병사들과 당신을 묻기 위해 땅을 파는 인부들과 숨겨둔 숲을 찾아 도끼질하는 벌목꾼을 피해 그리하여 숲은 만들어졌습니다
숲을 두고 숲을 두고
그저 당신과 하루만 늙고 싶었습니다
빛이 주검이 되어 가라앉는 숲에서 
나만 당신을 울리고 울고 싶었습니다


*김소형 : 1984년 서울 출생. 2010년 『작가세계』신인상으로 등단. 동인 ‘작란(作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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