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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신작시/이철경/내 님의 사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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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039회 작성일 15-07-09 15:25

본문

신작시
이철경

내 님의 사랑 


시간 남으면 술이나 마시고 
술자리 가서 사람들 만나서 
정치인 욕이나 하는, 
기웃거리는 빈곤한 몰골이 싫어
오늘 밤 작정하고 
낡고 허름한 탁자를 붙들고 씨름한다
젯소를 바른 후, 페인트칠하고 
아물길 기다리다 또 덧칠하여 
여기저기 긁힌 탁자를 단장한다
늦은 밤 거실에서 나와 탁자는 
서로의 상처를 만지며 
세월에 흠집난 자국을 지워나간다
긴긴밤 저 탁자에 앉아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시를 쓰며 흐느끼던 인고의 세월
나의 상처가 늘어남에 따라 
탁자도 여기저기 속살을 내보이며 
얼마나 울었던가! 
이제야 너의 상처를 보듬는 
나의 무심함을 탓하며 
오래된 너에게 다가선다
부디, 어두운 과거 색을 버리고 
산뜻하고 화사한 너를 그리며 
세상이 다하는 날, 
그대와 내가
함께 화장될 날을 고대한다
   



  봉인된 유년의 기억  


오래된 유년의 부고 문자를 받았다 
무거운 신문을 허리에 끼고 
어스름이 내리는 시골 길을 달리다 보면 
허기와 공포가 발아래까지 쫓아온다 
겨울이면 더 빨리 어둠이 내리는
해가 야속하기만 하다  
듬성듬성 묘지있는 산골 인가(人家)에는
포근한 연기와 함께 
정겨운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르게 그곳에는 
웃음과 함께 구수한 사람 냄새가 난다 
그 따뜻한 미소와 반기는 손에 이끌려 
허기진 배를 채우면 
그날 배달하다 남은 세상의 일들도
잠시, 긴 숨을 몰아 쉰다 
그렇게 도토리 주워 배를 채우던 
다람쥐처럼 쳇바퀴 돌았다 
나의 뼈와 살은 내 이웃과 
인간에 대한 긍휼함으로 이루어졌음을 
비바람과 펑펑 내리는 눈도 알고있다
나의 어린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삼가 유년의 명복을 빕니다.


*이철경 :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시 전공)졸업 제3회《목포문학상》시 평론 수상2011년 계간《발견》시 신인상2012년 계간 《포엠포엠》시 평론 신인상『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북인,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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