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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신작시/이돈형/간 천엽 한 접시 만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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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돈형
간 천엽 한 접시 만원
‘한우내장탕’이란 간판을 너무 끓여 흐물흐물해진 식당
한 접시 만 원짜리 간 천엽을 시켜놓고
첫 잔은 빈속에 딱이라고 도망간 애인처럼 털어 넣었다
간 천엽 한 접시
싱싱하다고 하면 어딘가 아플 것 같고
내 주제를 넘어서는 것 같아서
소갈머리 없이 바닥을 보인 잔에 술이나 채웠다
간 쓸개는 빼놓는 물건인줄 알았다
간 쓸개 붙은 놈을 제값 쳐줄 리 없었고
간 쓸개 다 빼놓고 달라붙어도 속아 넘어가는 일이 태반이었다
주인장은 요즘처럼 장사 안 되면 문 닫는 게 상책이라며
끓는 냄비 속에 고춧가루를 풀어댄다
내장에 소금을 덜 치댔는지 탕에서 속 끓이는 냄새가 났다
소가 넘어간 건 넘어간 거고
속아 넘어간 것도 넘어간 거니까
소주도 넘어가야 제 맛이라고 다시 털어 넣었다
천엽에서는
일면식도 없는 소가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어쩌자는 건지
나는 간 쓸개도 없고
간 천엽 한 접시 만원이면 되는데
되새김질할 수 없는 인간이어서 기름장 속의 소금만 찍고 있다
태그
얼굴이 닿으면 상황이 될 때까지
눈을 마주칠 수 없는 우리는 매번입니까
붙어먹을래야 붙어먹을 수 없는
환호입니까 야유입니까
애매한 몸은 순간순간 짓이 되어도 상관없습니까
환호와 야유를 먼저 선언하고
천천히 웃거나 비웃어도 되겠습니까
등은 활보의 증거로 채택될 수 있으니
조금 돌려주시길
영역은 오직 너였으니
흘러내린 나도 약간의 호흡이 필요합니까
손이 사라진다면
아웃입니까, 세이프입니까
*이돈형 : 2012년 『애지』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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