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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신작시/김태일/하루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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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태일
하루
태양이 옷자락을 펼쳐 황금벌을 날린다.
모양과 색깔이 깨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만물이 저마다 볼륨을 높여 하루를 달군다.
피리소리가 밤을 관통한다.
작업복을 벗은 하루가 퇴근준비를 하면
휴식을 위해 하늘과 땅이 입을 맞춘다.
한 곳에 머물 수는 없다.
별은 단 한 번 몸을 사루기 위해
수 천만 년을 반짝인다.
지평선 흥건하게 누운 태양이
별을 불러 등을 밝히고
밤새워 싱싱한 하루를 낚아 올린다.
책상
컴퓨터가 방석을 깔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유리컵에 담긴 필기구는 서로 몸을 기댄다.
일곱 촉의 항아리 난과 유리잔의 풀 한 포기
긴 주둥이를 벌리고 하품하는 호치키스
무료한 책상 위로 바쁜 세상이 내려앉는다.
도시계획이 잘 된 전지 두 장짜리 조감도에는
세상살이가 전을 펼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찾으러 바삐들 오가고 있다.
도시의 지하에선 별별 일이 다 벌어진다.
음흉한 뒷거래와 황홀한 시간이 꿈틀거린다.
꿈을 접은 날개가 겨울외투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무관심의 그늘이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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