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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신작시/김설희/밤낚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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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설희
밤낚시
저 망망대해를 차라리 어둠이라 해야하나
어둠이 익을수록 낚시 줄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저 멀리 야광찌만한 어둠이 반짝거린다
찌는 둥글게 출렁이다 반쯤 잠긴 몸으로 흔들리다가 남서쪽으로 조금씩 밀려난다
아니 어둠이 둥글다가 반쯤이다가 남서쪽으로 밀려가며 깜박거린다
물발이 밤을 밀며 습관처럼 옥신각신하는 동안
바다 한 구석에서 강태공은 깊은 물속처럼 깜깜하다
원시의, 바위 같은 저 사람은
안 보이는 끈으로 별 하나를 바다에 띄워놓았다
이 암흑 속에서 낚아 챌 무엇이
그의 예리한 시선 쪽으로 쏠린다
사방에서 고기들이 모여든다
어둠들이 반짝인다
높고 낮은 파도가 원시에 부딪히는 곳 거기
그의 헤드라이트가 켜진다
고기 한 마리가 유성처럼 어둠을 그으며 툭 떨어진다
바다보다 더 까만 것이 푸드득거린다
검은 아가미가 할딱거린다
어둠이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첫사랑, 그 곳
람사르에 오른 늪입니다
가시연 노랑어리연꽃 소리쟁이 개구리밥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소금쟁이들이 긴 다리로 물의 천장을 긁으며 노는 곳입니다
부들이 바람 앞에 부들부들 떠는 곳입니다
물속에 밝은 눈을 가진 물고기가 있는 곳입니다
비늘을 빗질하고 아가미를 벌렁거리는 곳입니다
진득진득한 냄새가
물컹물컹한 냄새가
설렁설렁 돌아다니는 곳입니다
이따금 푸드득 물 밖으로 뛰어올라 물 냄새를 흩뿌리기도 하는 곳입니다
연꽃 필 때 연뿌리가 더 실해지는 곳입니다
꽃이 밥이 될 것이라 미리 상상 하는 곳입니다
늪과 언덕의 경계에 갈대가 무리지어 사는 곳입니다
저만치 언덕위에 억새가 무리지은 곳입니다
며느리 눈알과 며느리 밑씻개가 늪의 영역을 넓히는 곳입니다
토끼풀이 파랗게 눈 뜨고 있는 곳입니다
천년동안 느티나무가 수로를 지키고 있는 곳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단발머리와 상고머리가 발목이 시큰하게 빠지는 곳입니다
*김설희 :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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