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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신작시/최경영/어금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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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658회 작성일 15-07-0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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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최경영

어금니

    
내가 아파야 비로소 떠오르는 기억
아버지의 강, 여윈 강물 위로
아픈 어금니 두 개가 
속도 줄이며 떠내려가고 있다 
 
고백반 녹인 물을 밤새 머금고
치통과 싸우시던 날
문풍지 때리는 바람은 거칠 줄 모르고
아버지의 밤은 길었다

지금 아픈 어금니는 그때의 아버지와
같은 뿌리가 분명하다
캄캄한 어둠에서 몰려오는 아픔이
어금니 밑동을 파고든다
온몸이 욱신거린다
 
어금니 기둥이 흔들리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아버지가 흔들리는 것도 그때는 몰랐다 
아버지 신음소리에 돌아눕던 철부지
통증마저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아버지의 강, 
보이지 않는 그 끝이 길다




모항에 가면
         

왕포 지나 까치댕이 넘어서
모항바다에 오른팔을 걸면
펄펄 끓는 뜨거운 생으로 살아온
푸른 손톱 할머니를 만난다
바라본 모항, 삼십 년
열무김치 풀 물든 절여진 생을 본다
빛바랜 양푼이에 담아내는 미소가 따뜻하다 
여행 떠난 두 살 많은 고흥집 할머니의
불 꺼진 가게를 보고
마음 맞추기 임시휴업
넉넉한 바다 마음이 걸렸다
썰물 지나간 갯벌 같은 손으로
바다를 우려내는 할머니의 눈 속에
모항이 담겨있다

변산 바닷길에 금계국 피었다
세상과 바다의 경계에
황색선이 그어졌다

모항에 가면, 
맨발로 걸어 나와 어깨 도닥여주는
오래된 이름의 어머니 바다가 있다


*최경영 : 경북 청도 출생. 2014년 계간 『시에』 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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