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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소시집/권영면/방문한 이웃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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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540회 작성일 15-07-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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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집
권영면


방문한 이웃


그는 한참이나 주먹으로 머리를 괸 채 있다 
꿈꾼 며칠 후 나에게 온 그가 자신에게 사로잡혀 있다 

때로 오해했을지 모르지만 
나를 찾았을 때는 진지함을 생각한 것으로 본다 
무엇에 대한 것인지 몰라 맘이 쓰였을 것이다 

산기슭 난코스 주파 시간을 바이크들은 
자신들의 사이트에 올린다
소란한 주말이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갈수록 희한한 모양들이며 굽이를 돌다 실려 가는 
경우가 무료한 날의 자극이지만 
그의 일상을 흩트릴 정도는 아니다

꿈을 고르지 못하게 했을 무엇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맘이 요동하지 않고
일이야 다를 바 없는 하루에나 있을 것인데

괴조라는 말은 그가 꾼 꿈에 붙인 것이라 해도
야릇하거나 비상하거나 
듣지 않는 일은 다른 일이다  
필요한 에너지라야 손일이고 
안동포에 아끼는 씀씀이도 아니지만 

그의 말을 듣는 자는 없을 것이다
어슬막의 울음 같기도 하고

장막에 토해진 한 떼가 
자욱이 굽이를 돌아 방전의 어둑한 구름 낀
계곡 너머 대기의 저편으로 거슬러 오른다 




대나무 촉


한철 쓰는 세모꼴 모자는 대껍질로 만든 것이지만 
여긴 열대처럼 두껍고 큰 껍질이 없다 

화살촉을 닮은 모자는 삼대에 끼운 대나무 촉을 떠올린다
삼대를 겨릅대라고 한다면 
잠시 머뭇거린다 
그건, 
바뀐 시간에 비유될 이유다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말한다면 귀가 솔깃해진다 

곧 자신으로 돌아갈 나는 
자신이 태어난 시간대에 얽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돌아오지 못하는 길에 대해서도 말을 한다지만

마을은 이야기가 없이는 돌에 불과하다
시냇가의 돌은 제 머리를 완성했지만 
제 이름을 따로 가진 감나무처럼 초록에 
갈빛 머릿결을 잇지는 못한다   

가늘게 쪼갠 댓개비나 갈대 삿갓은
언제나 마루의 벽에 걸려 있었고 
어린 내가 쓰기엔 테가 딱딱하고 헐렁했다 

머리 테에 베 조각 대신 청테이프를 감는다면 좋기도 하다만

오일이나 브레이크 점검 막대는 밖에 있다 
화살대를 구하거나 모자를 깁는 사람은 없다
곧은 살대같이 
촉에 머리칼을 기른 쇠막대기 같은 네게 
너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 

저 한 철 끝에 생긴 흔적들을 짓는 뾰족한 머리의 네게




부르는 것들


쇠톱으로 하우스 파이프를 잘라 
3000원짜리 물푸레나무 자루 대신 쓸 테지만 
구멍에 박힌 나무를 빼려니 
드라이버 같은 마땅한 연장들이 보이지 않는다 

가랑잎에 불을 지피고 그 위에 도끼를 올리고 
담배를 피우는 동안 
속에 낀 나무토막이 그을려 쉽게 빠질 것이다 

물총새의 등을 본 적이 있는가 
아주 녹빛이다
까마귀의 거슬리는 소리를 길게 다듬은 소리 같다

앞 소절에 따른 
다음 소절이 터져 나오는 동안 
여러 소리를 지닌 것 같기도 하다 

물총새의 노래는 
나와 닮았고 모둠발로 오르는 노루를 연상시킨다 

시내에 걸린 나무통은 대개 오래된 것이다
새어나오는 난롯불 연기에서 
깊은 향기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시내를 따라다니는 새는 어느 때 다시
물가에서 볼 수가 있을지는 먹이인 곤충에게나 있다
어린 아이가 놀이하듯이 
나에게도 잠자리 모터 장난감이나 
사마귀 앞발 모양의 낫이라고 해야 하나 

흐르는 물이라 생각하며 이곳에 오곤 하지만 
내게 스미는 것은 
물결무늬의 이미지도 아니고
끝없이 울며 지나가는 공기의 맑음도 아니다
타다만 불꽃같이 냇물은 내 기억을 덮고 흘러가고 만다 
    
지닐 것은 낮아지는 오후의 그늘뿐이다  

귀 기울이게 하는 것은 
기억을 떨게 하며 사라지는 냇가의 소리들만이 아니다

저물어가는 것과 
날아가는 것들에 더하여 
귀에 거슬리는 나라는 한 사람의 작업이라지만 
이 일만큼은 우선 소중하고 고스란히 남을 것이다 




예술가


부탄가스 밑 부분이 오목렌즈로 보이게  
돌담에 끼우고 
천을 찢어 나무통에 꽂은 파라솔 가지에
구리선을 용수철처럼 감아 수신기의 모양을 이룬다

친구여, 
아직도 이 모양에 대한 것은 아래 선택에 없구나

실용적이다 죽음이다 이질적인 정신이다 
풍경에 낯설다 
손과 자동차 기어이다 
리듬을 긁어모은다 
돌담과의 화해이다 
저항이다 간결의 형식이다 응시자이다 
작은 현실이다 유희의 손이다 현대 건축이다 
단순하다 고문이다 그리움이다 
자유이다 여유이다 
가죽을 벗겨낸 두개골이다 
자연에의 제물이다
내가 방에 있다는 증거이다 
고통과 희망이다
항아리에 어울린다 수신기이다 침묵이다 
무시하라는 언어이다 
짜고 보는 조형이다 피안에의 안내자이다  
고철로 분류된다 시적인 것이다 우연이다
사기다 분노다 사랑이다 도둑질이다 아니다




표정


희망을 주지 않는다거나 
희망에 대해서 말하는 시인을 보면 낯설다 
시 너머의 시를 보아도 사기로 보인다 
나는 야릇하거나 거센 숨소리를 견디지 못한다

그건 불행한 침묵의 모양이고 
인간 위의 그늘진 도망자의 낯빛을 알아챈다 
난잡한 소리를 지르다 무거워진 
잠시 후의 발을 예측하게도 하였다 

생각에 몰두하는 고집을 볼 때도
정밀하지만 피곤한 의식이 안쓰럽다 
예술이 서로 모욕하고 
우세한 이에
더 우세한 이가 있으니 
비밀스러운 눈빛이야 많을 것이지만

세상사가 그렇듯 일터에서 밀리고 
분노와 화해를 얻는 일상의 잡일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세계를 살던 핏기 없는 천재를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게 한다 
아이가 좋으면서도 
괴롭히는 아이의 주름을 헤아리게 한다 

자신의 바깥을 사는 것을 보면 
도대체 누가 변해야 하는지
내가 쓰는 시에 우울부터 뻔뻔스럽다  
너의 눈을 피할 길이 없다 

한 귀퉁이를 돌거나 다 돌지 못했거나 
슬프고 기쁘고 
내가 사는 세상이었고 
그렇게 모두가 사는 집이다 




시작메모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금지된 것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지요
그렇게 일합니다 
나쁜 일이 무엇이라는 것쯤은 알고 
오히려 함께 하는 것이 더 나았다고 후회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일이고 다른 일이지만

방법을 얻지 못했지요 
어느 때 내가 
몹시 애를 쓴 적이 있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삶에 삶이 이어지고 
나도 남들을 따라 그저 살고 있습니다


*권영면 : 2001년 <<포에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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