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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신작시/최성민/몸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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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최성민
몸살
온 몸이 신열(身熱)에 시달리고
으슬으슬 사지(四肢)가 떨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맵찬 칼바람이
오직 나에게만 몰아치는 듯합니다.
그대가 떠난 후,
두터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효과 좋다는 만병통치약을 먹어도
몸살기가 가시지 않습니다.
그대가 내 눈에서 멀어진 그때부터
켜켜이 눈 덮인 백록담이
가슴 한복판에 단단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아마도
만년설(萬年雪)로 남아 있을 겁니다.
냄새
새삼 당신의 냄새를 기억해 봅니다. 그대의 마음이 저 먼 곳으로 떠난 후, 추억마다 새새이 서려 있는 오만가지 냄새들을 생각해 보지만 도저히 기억이 안 납니다. 한때 포로처럼 몸 바쳐 사랑을 할 때는 달큼한 냄새를 맡은 것 같습니다.
아, 냄새는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것이구나.
그도 또한 몸으로 느꼈을 추억들을 그리워하고 있겠지요.
*최성민: 1992년 『시와 시학』겨울호 신인상 수상. 「아나키를 꿈꾸며」 (2000, 시와시학사), 「도원동 연가」 (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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