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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신작시/김혜영/당신이라는 은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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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005회 작성일 15-07-09 14:50

본문

신작시
김혜영

당신이라는 은유   


두 개의 귓속에서 태어난 은유처럼

한 손으로 풍경을 만지고 
한 손으로 손등을 만지고

두 개의 자전거 바퀴가 달린다

유월의 바람이 하얀 셔츠 깃을 스칠 때
호수의 바람이 분홍 모자를 스칠 때

이천년 전 살해된 신의 얼굴
막달레나가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울었을 때
죽음의 동굴을 부순 신이 살아나 
뜨거운 입맞춤을 한 것은 비밀이었다  

당신의 입술을 만질 수 있는 기적은 
당신의 두 눈을 별처럼 바라보는 일은
어쩌면 계절이 다가와 
담장에 피는 장미의 얼굴인지도 몰라

두 개의 자전거 바퀴가 바람을 거슬러 달린다

스타벅스와 여름의 먼지 사이
아이들의 풍선 사이 
입가 미소가 햇살에 반사될 때

선글라스를 쓴 당신은 먼 호수가 되고 
커피를 마시는 당신은 먼 나무가 되고 

한 몸에서 태어난 두 개의 사과처럼 
한 몸에서 자라난 두 개의 석류처럼 

두 개의 자전거 바퀴가 달린다 




붉은 달이 뜬 등대


달은
붉은 얼굴

섬은 안개처럼 아늑해

등대 옆에서
그녀는 편지를 쓴다
기차를 탄 그는 달의 편지를 읽는다

   나무에게 불성이 있느냐고
   그녀가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사람이 짐승도 되고
  벌레도 되고 나무가 되느냐고
  그녀가 물었다

  그는 처음부터 ‘나무’였다고
  대답했다

붉은 달은
남쪽 바다에 긴 치마를 드리우고

밤바다의 얼굴은 검은 듯
아련한 맨살

나무가 말하는 게 들리니?
사, 랑, 해,

화분에 핀 제라늄은 늘 목말라 

나무의 귀가 열리고
화분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녀는 붉은 달이 되어가는 데

등대는 먼 길을 돌아와 나란히 서 있다 
밤안개가 가만히 다가오고
편지가 달빛에 불탄다 


김혜영 : 경남 고성 출생. 1997년 <현대시> 등단. 시집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 . 평론집 『메두사의 거울』 , 『분열된 주체와 무의식』. <시와 사상> 편집위원. 웹진 <젊은시인들> 발행인. 제 8회 애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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