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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신작시/김안/불가촉천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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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4,002회 작성일 15-07-09 15:01

본문

신작시
김안

불가촉천민


나의 울음과, 그들의 울음은 왜 다를까
나와, 나의 녹색 가족들아,
재앙의 무게에 비해 우리의 날개는 너무 작고 연약하구나
날갯짓할수록 자목련처럼 붉게 곤두박질치는 일
각자의 방마다 누워 있는 각자의 절벽 아래로 
저 아래로―
그 밑에서 얼마만큼 울어야지 우리는 날아오를 수 있을까, 떠오를 수 있을까
부재를 잡아먹고 부재의 불안을 잡아먹어도 
절벽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마지막으로 절벽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우리 중 누구일까
그들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떨어져 내렸는지 알고 있을까 
그렇게 묻는 사이, 
그리고 곧 
방바닥이 우리의 머리 위로 쏟아지고
누구도 떠오르지 못하고




불가촉천민

 
각자가 지키고 있는 각자만의 거룩한 유지(有旨)들
그 순수들, 
세상의 순수들, 
순수란 이름의 절대들, 그리고 
그 순수의 악마성이 키우는 
진중한 개들, 개새끼들
모든 약속은 깨졌고 이미 환상은 바닥났는데
망각의 나무들 사이사이
'우리'라는 환상들, 환상을 향한 믿음들
언제쯤 끝이 날까, 이미 끝나 있던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 <동물의 왕국>에서 보았던 것 같던 
죽은 새끼를 입에 물고 있어 말할 수 없는, 울 수 없는 어떤 사건들 ; 
우리가 우리로부터 버린 말들, 버려야 했던 말들, 버려야 할 말들 
마치 천사들의 이름 같구나,
외워지지 않는 혁명사의 연도와 목 잘린 이들
우리라는 악령, 악령의 수난사들
이해하고 싶은 만큼의 선과 악들로 구별된
각자의 거룩한 진실들
여전히 나를 길들이는 여죄들이
곧 닥쳐올 우리의 패배를 향하고―

당신은 기어이 당신의 말을 살아낼 수 없습니다
당신은 말의 불가능함들 가운데 있습니다 거룩한 재앙이 번져나갑니다 
참람하게 적나라한 구원이


*김안 : 시인. 1977년 서울 출생. 2004년 『현대시』로 등단.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중. 시집으로 『오빠생각』, 『미제레레』가 있음. 현재 『현대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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