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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신작시/조경숙/솟대를 만드는 사람들∙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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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조경숙
솟대를 만드는 사람들 1
처음부터 날개를 달아주지 않는 일이다
속내에 그리움을 넣는 몰입의 일이다불안정한 발목을 제자리에 묶어두는 일이다입술을 생략하여 위태로운 울음을 거세하는 일이다
가야할 방향을 가르쳐주지 않는 일이다
반복된 기다림,
그 언어를 허공에 꽂는 일이다
솟대를 만드는 사람들 2
접힌 날개는
어쩜 더 멀리 떠나겠다는 결의
손가락 솟구치는 피로 태어난
그가 밤마다 소곤거렸다
날개를 펼쳐줘 내 어깨에 너를 실어 갈게
그때부터 나는캄캄한 곳에서 더 큰 그림자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낮이 되면 세상에 다소곳이 날개를 접었다
뻣뻣하고 가느다란 발목 접힌 날개를 정성껏 바람의 방향으로 닦아주었다
내 손가락의 피를 바르면
꿈에도 갈 수 없는 옛집에 닿을 수 있었다
*조경숙 : 영월 출생. 2013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 『절벽의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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