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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신작시/조영래/쓸개 혹은 띠포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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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656회 작성일 15-07-08 15:29

본문

신작시
조영래

쓸개 혹은 띠포리
  
 
  1
초록 주머니와 푸른 돌을 
통째로 떼고나면 쓸개 빠진 사람이 되는가
담낭 절제술 받은 병리학자는
이른 아침, 연구실 복도에서 샹송을 부르고 
캬바레 연주자 단상에서 춤을 추었다
의아한 시선들에게 쓸개 빠진 사람이라며 껄껄 웃었다
서른여덟 개의 담낭 결석을 제거한 사진작가는
아내가 첫 남자 다시 만나 떠나버린 뒤   
흐르던 사랑도 돌이 되었을까
푸른 돌멩이를 사리처럼 유리병에 담아 두었다
살아있는 부처라고 놀리는 나를 보며 빙긋이 웃었다
 
 
  2
밴댕이를 먹고 나면 소갈머리 없는 사람이 되는가
속이 좁으면 작은 일에도 흥분 되는가
그물에 걸리면 스스로 자폭하는 밴댕이를
‘띠포리’라 부르는 남해 미조항에서
사륜 구동차에 트렁크 찌그러진 나는 밴댕이가 되었나
구룡포에서 고래고기 먹은 뒤엔 큰 바다가 되었나
자갈치에서 사온 밴댕이 한 박스
멸치보다 작은 내장에 뒷맛은 깔끔하다
나는 고등어 과메기 보다 담백한 띠포리 찌개에
쓸개와 맹장을 뱃속에 달고
다섯 여섯 섬이 출렁거리는 오륙도 바다를 만나러 간다





환생 
   
 
털북숭이 킹콩이 덮쳐온다
 
움찔하는 사이에
천둥 비구름이 몰려온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거품이 내 몸을 닦아낸다
 
게슴츠레한 눈
양 옆구리에 붙은 거울 
등판과 둔부에서 하반신까지
거칠고 힘센 털 세운 팔뚝이 휘돌아간다
 
숨 가쁜 호흡, 박력 있는 입김이
소용돌이에 젖었던 물기를 말린다
 
주유소 자동세차 동굴을 빠져나온 내 모습이 환하게 빛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왼쪽 오른쪽 후사경의 눈동자
어두운 밤길에 바람벽 넘지 못한 작은 날개들 
먼 길에 닳아진 발바닥 각질
좁은 골목길의 언쟁 조각들
모두 다 사라진다
 
경쾌한 심장 박동
매끄러운 관절 
다가옴과 멀어짐이 투명하다 
 
비구름 쏟아지는 레일을 지나면
달려온 시간을 씻어내고
언제나 환생을 한다


*조영래 : 1958년 부산출생. 2013년 『시현실』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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