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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신작시/하주자/연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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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723회 작성일 15-07-0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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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하주자

연흔 


누가 물의 흔적을 이렇듯 잘 포개 놓았나
한 겹도 겹치지 않고 스쳐간 내력을
켜켜이 함축한 겁의 시간
규화목 옹이의 흔적도 선명하다
퇴적의 기억이 지층마다 돋을새김이다
사랑을 시작하거나 끝내 놓친 사람도 
마음에 파도를 쌓는다는 것
화석 가득한 섬에 들어오니 보인다 
설레이는 고백이었거나 기쁨의 무늬  
돌이킬 수 없는 저녁 쓸쓸한 그림자까지
함몰되거나 뒤틀린 이면 
위태로운 퇴적층일수록 격렬한 지각변동을
견디어 낸 것이다
용암처럼 뜨거운 화인도
어느날은 어긋난 결 없이
층층이 아득한 시간을 건너갈까
얼마나 깊고 긴 호흡으로 다듬어야 
물결자국 선연한 연흔이 될 것인가
지상에서는 사라졌으나 아직도 뚜렷한 
시간을 받아 새긴 경전 한 편

물의 발자국들 저물도록 읽는다

 


 일몰의 묵화 


앞뒤 없이 휘몰아치는 바람이다
몸부림하는 나무끼리 그림자를 섞는
묶을 수 없는 음영들의 골이 깊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막막함을 생각하던 밤
어둠 속에서 어루만지던 것이 이렇듯 아찔한 단애였을까
푹 꺼진 곳으로 발을 헛딛는 꿈을 꾸다가 
깨어보면 꽉 쥔 손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얼얼한 손으로 바위틈을 비집고 오르니
거친 바람소리들이 다 엎드렸다 
절벽의 손바닥이 마당 한 채를 거느렸다
벼랑 끝이 땅 끝 풍경을 끌고 와
일몰의 바다를 들여 놓자
구릉 아래로 노을이 펼쳐주는 묵화
심우도 한 폭

미황 등성이를 넘어온 삭풍을 안고
출렁이는 울음을 닮은 바람도 어루어
마을로 되돌려 보내는
단애 끝에도 품이 있다는 걸 알겠다 

어느 골에서 놓쳤을까
암벽에 붉게 새겨진다
소의 고삐만 쥐어진 손


*하주자: 2013년 ‘애지’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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