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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신작시/한연혜/죽음과 삶은 ++방식으로 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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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한연혜
죽음과 삶은 ++ 방식으로 결합 한다
영정 사진 한 장
달랑 놓고 죽어 많은 절을 받는
너는 가는 길을 묻지 않고
나는 종일 그 길을 묻고 간다
너는
홀홀단신으로 가고
나는
무리에 섞여 취해 돈다
무덤과 태양은 한 길로 통한다고
너는 끝도 없는 끝을 향해
고집을 부리며 외길로 가고
달이 기울고, 한강이 울고
눈동자 지쳐 울어도
나는 가는 길을 알지 못하고
나는
지상으로 떨어지는 마지막 한가닥 검불
흔적 없는 먼지
너는
지상에 남은
시들지 않는 마지막 안부
밤
저 끝에서
이 끝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은
정수리가 없다
정수리 달린 것은
꽃잎 돋는 소리에 눈을 열고
정수리 없는 것은
바람 피는 쪽으로 귀를 연다
밤은
달빛 긴 의자에 앉아
길에서 떨어져 나가앉은 이름을 부른다
길 밖에 서 있는 길이
길 안에 앉은 길과
하나로 만나 사라질 쯤이면
눈 먼 밤은
산기슭
들판
자갈밭 헤매며
길 밖에 앉은 얼굴을 데리고 온다
길 없는 길 위에 길이 되는
길을 키우는
정수리 없는 밤은
한 그루의 율목
절벽으로 일어선다
*한연혜 : 2014년 열린시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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