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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신작시/길상호/달콤한 사막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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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077회 작성일 15-07-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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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길상호 

달콤한 사막


눈멀어 태어난 물결나비
꽃이 묻혀있는 바위를 들고 날아간다
흔적도 희미해진 향기 더듬으며
무겁게 내려앉는 몸을 추스른다 
찰나의 시간을 접었다 펼 때마다
쏟아져 쌓이는 꽃잎모래,
날개 밑으로 사막이 넓어진다
풍장으로 사라진 꽃의 영혼은
이곳에서 다시 바람으로 태어난다
거미줄 같은 햇빛 사이로
꿀보다 몽롱하고 달콤한 신기루,
돌이 된 꽃 다시 필 때까지
바위를 버릴 수는 없다
모래폭풍이 길을 삼킨 밤에는
헐렁해진 날개를 풀러 다시 짜놓고
나비는 마른 눈을 감는다




아무것도 아닌 밤


골목 귀퉁이 볼록거울에서
눈깔도 없는 고양이가 줄지어 태어난다

유리가 박힌 담장 위에서 줄장미는
검게 탄 입술을 뜯다 피를 본다 

죽은 별들의 무덤을 파헤쳐놓고
빛나는 눈물을 연습하는 밤

핏줄 구석구석 병든 고양이가 울고
손금 사이사이 썩은 장미가 핀다

벽장 속 가장 캄캄한 그림자를 꺼내
나는 서둘러 얼굴 표정을 덮는다

지옥에 먼저 보내놓은 내가 
오늘은 더 아프게 몸을 뒤척인다


*길상호 :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모르는 척』, 『눈의 심장을 받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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