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55호/신작시/백수인/배롱나무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신작시
백수인
배롱나무
안마을 친구 집 사랑방에 모여
찐 고구마에 김칫국 넘기며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긴긴 겨울밤이 너무 겨우면
서로서로 간지럼먹이기 장난을 쳤지
까르르르 숨넘어가게 웃다가 한 고개 넘으면 눈물이 났지
여름날
마을 어귀에 소 매 놓고 놀다가
심심하면 다가가
겨드랑이나 옆구리를 살살살 간질이면
온몸을 뒤척이며 웃는 나무
까르르르 까르르르 온 하늘에 붉은 웃음소리 가득했지
석 달 열흘 그렇게 웃어재끼면 어느 순간 눈물도 나겠지
바이윈산 자락에 깃들어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에 수많은 새들 지저귀는 소리
햇빛 부서지듯 눈부시다
고국 떠나 수만리를 철새처럼 날아와
이 산자락에 깃들어
육십 평생 지녀 온 내 언어를 비워야 하나
이제
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알아들으니
나도 이 산자락에 둥지 튼
한 마리 산새가 되었나
*바이윈산(白雲山): 중국 광둥성(廣東省)의 광저우시(廣州市)에 있는 산. 새들이 많아 ‘천연조롱(天然鳥籠)’으로 일컬음.
*백수인 : 2003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현재 조선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추천0
- 이전글55호/신작시/유현숙/최북의 한 쪽 눈에 내리는 비 외 1편 15.07.08
- 다음글55호/신작시/박장호/선명한 가족 외 1편 15.07.0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