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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신작시/임곤택/끝없는 제국국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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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임곤택
끝없는 제국
당신의 끝없는 제국
배고픈 풋내기들 암컷을 찾아 날뛰고
낙오한 사자들 갈기 세워 제 어깨를 물어뜯는
당신의 제국은 핏내 나는 땅
모래언덕과 범람의 제국 황금의 제국
땅위를 짓누르는 무거운 열기와 모든 무거운 체념과
땅위를 걷는 물길의 암내
당신이 흘린 황금의 시선 황금의 모순
당신은 음탕한 제국 가면을 쓴 동굴
새카맣게 윤기 흐르는 담비와 고양이의 땅
불 피울 것을 모으는 숲의 겨울같이
당신 발끝에 이마를 대고
추방되는 자는 당신에게 추방되었다는 기쁨으로
제국의 혹한에 들끓는 식민지
회초리를 든 나신(裸身)의 흰 손목
당신의 전능한 웃음, 고립된 그리움의 행려
지나치게 잦은 홍수를 불평하며
세간을 말리듯이, 때맞춰 신나는 일인 듯이
입술에 물린 더 잦은 기갈
그의 강당
한 달은 저녁이 좋았고
다음 한 달은 기타를 쳤다
변두리 인파는 혼잡을 즐겨서
새들이 다녀간 곳과 거의 같은 자리로 간다
금지되지 않은 곳
흡사 그곳은 소리 없는 세상 같아서
기쁘거나 나쁘거나 알 수 없다
사람들은 기둥의 자세를 흉내 내고
땅은 바람의 기력을 빌려
몇 채 집을 지었다가 그만 잊어버린다
벽으로 씌워진 벽돌
파랑으로 씌워진 지붕
창은 열렸는데 문은 잠겼는데
갈라진 혀는 사방에 넘치는데
소리와 바람을 그는 껴안고
불붙이고 싶은 조각들 사방에 널린
감옥, 감옥으로 이어진
한 칸 또 한 칸
*임곤택 : 2004년 불교신문 등단, 시집 지상의 하루, 가천대학교 글로벌교양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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