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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신작시/정재분/바위를 읽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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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재분
회색지대
비상구는 열리지 않는다
망막에 맺힌 상
일순,
천개의 단어로 일어서다
하나의 점에서 멈춘다
결정은 사위의 바람을 잡아 맨 매듭
달이 태양을 입는다
무정란을 품고 기다리는
늑골에 사는 크낙새
실어증으로 혓바늘 돋고
붉은 피는 묽어져
지푸라기조차 들 수 없는
시간과 독대 한다
바람아 달력을 넘겨다오
내일은 잡히지 않는 술래
내일이란 날갯짓을 잡으려다 허탕 친
포충망의 늘어진 어깨를 보며
재래시장에서 고등어 한 손을 산다
혹여 등 푸른 생선은 내일의 꼼수를 알까
시간은 햇볕에 달궈진 모래처럼 따갑고
태산은 운무의 호위에 드높고 강건하다
네가 있는 그곳은 눈이 내린다 하고
내가 있는 이곳은 는개가 내리는데
내일은 도착하자마자 오늘이 되어
변심한 애인처럼 다가갈 수 없구나
바람아 내일 모르게 달력을 넘겨다오
배추벌레 한 마리 장다리꽃처럼 피어
노랑나비 호랑나비로 날아오르게
*정재분 : 2005년 《시안》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그대를 듣는다>와 산문집 <침묵을 엿듣다>가 있음. 현재 《시와소금》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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