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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신작시/임창아/동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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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임창아
동굴
세상의 빛들은 모두 이곳으로 와서 죽는다
죽으면서 어떤 음音을 남겼는지
악, 하는 짧은 기척에도 한 움큼씩 뽑혀 나오는 비명,
이 친근한 비명의 정체는
음音, 음악도 내겐 비명이다
동굴처럼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그 흔한 유행가처럼 꺾임 없는 노래
멋대로 불러 보면
새로운 비명으로 편곡되는 노래,
이렇게 양陽이 죽어 음陰으로 다시 태어난 동굴
의 습식성은 어두운 제한구역을 소신껏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자기
자기가 좀 해 주면 안 될까,
처음 본 그가 나를 자기라 불렀다 그러니까
내가 그의 자기가 된 것처럼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밀려들었다
무엇일까 자기의 힘이,
수단 좋고
묻어가는 재주 있고
밀어붙이는 용기도 있었다
마치, 자기가 모든 것의 십자가라도 되는 양
없는 죄도 용서 되었다
알아도 자기, 몰라도 자기,
자기를 연발하면서 자기를 감춘다
자기를 앞세워 자기는 빠진다
소유할 수 없으나 소유권을 갖는 자기
자기 하면, 스스로 탄력 받는
언제 남인 적도 없었지만
남이 아님을 증명하는
자기라는 말 속엔 정체불명의 혼이 있다
*임창아 : 경남 남해 출생.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2009년 <시인세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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