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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신작시/정이향/산자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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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이향
산자고
먹먹할 때마다 가슴 깊이 피어
하얀 이마를 드러내고 있다
바람 따라 쓸리는 몸짓
데크레셴도를 거쳐 피아니시모까지
혈관을 타고 푸르게 맺히던 그 줄기
꿋꿋이 땅을 뚫고 뿌리를 쏟아 내고 있다
지더라도 드러눕는 일이 없는 꽃대
힘주어 선 다리로 버팅기던 세월
저 만큼 저 만큼씩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어머니는 숲속 한적한 가장자리에서
산자고 실뿌리 잘라내고 있다
멈춰 서다
꽃은 아프게 핀다.
철렁거리며 돌아가는 휠체어 타고
집에 온 아들 몸에 생긴 수술 자국.
수혈했던 자리에서 피어나는 꽃망울
몽글몽글 맺힌 수국水菊 한 아름 안고
휠체어 바퀴가 돌아간다.
기록 영화처럼 기억이 돌아간다.
그날을 음각陰刻한 듯 아들 몸에 선명하다.
새기던 칼자국은 지도 위에서 길을 잃고
아들의 등 뒤로 집으로 가는 길이 늘어져 있다.
시간의 모퉁이마다 자줏빛 수국이 피어난다.
돌아 갈수 없는 시간, 그 앞에 멈춰 서다.
*정이향 : 마산 출생 2009년 <시에> 등단. 시에문학회, 고성문협회원, 디카시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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