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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신작시/이명/바위를 읽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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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2,751회 작성일 15-07-08 15:13

본문

신작시
이명

바위를 읽다


청량사 계곡은 도서관이다
푸른 이끼로 제본된 고서 한 권을 꺼내 읽는다
이끼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촘촘한 표지에서 
전단향 냄새가 난다 
바위를 제목으로 게송偈頌을 서문으로
첫 장부터 알 수 없음으로 시작되는 목차를 뒤적인다
풍자와 독설을 본문으로 동문서답하는
곧추선 발끝마다 번뜩이는 푸른 이끼들의 화려한 군무群舞 
개나 
소나 
똥막대기나 
뜰 앞의 잣나무나 
문장은 짧고 단순하다 
마음도 짐이 될 때 벗어 던져라 이르시는 벽암碧巖,
송고백칙頌古百則 바위 속 
묵직한 한 줄의 문장과 씨름하는 푸른 밤 
몰두할수록
나는 더욱 가벼워진다 




명농당


평화동 언덕길에 있는 조그만 빵집 

볼록하고 오목한 빵들 줄지어 놓여 있는 진열대는 
초가집 촘촘하던 부내마을이다 

갓 구워 나온 
누릇누릇 봉긋한 단팥빵 

빵과 빵 사이
들여다볼수록 걸어 들어가 그 품에 안기고 싶은 사잇길

탈곡을 막 끝낸 볏단들을 모아 
두툼하게 지붕을 덮던 날 
풀어 헤쳐진 잘 익은 볏짚에서는 구수한 냄새가 났다 

캄캄한 오븐 속에서 
노랗게 부풀어 오른 뜨거운 生 

열어보니 
하얀 속살 속 캄캄한 것들, 햇살에 빛난다

어깨동무하고 싶다


*이명 : 경북 안동 출생. 2010년 ≪문학과창작≫으로 등단.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앵무새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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