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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신작시/강문출/거미의 번지점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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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강문출
거미의 번지점프
거미가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린다
번지점프 하듯
스스로에 대한 안전장치나
빽줄에 대한 그 어떤 기대도 없이
오로지 제 엉덩이에서 나온 가는 끈에 의지하여
저 끈들이
저보다 몇 배 큰 금빛나비를 붙잡고 있다
단단하다
나를 동여매고 있는 밥줄처럼
5백 원짜리 비꽃
종이잔과 어포가 놓인 벤치는 외지고 어두웠다 불러 미안하다며 잔을 건네는 손이 조금은 떨려보였다 그는 공사장 잡역부이고 등짐을 지고 멀리서 보면 바늘귀 같은 신축 빌딩 계단을 매일매일 오른다고 했다 공치기 다반사인 주제에 매일이 어디냐며 웃었다 그와 나는 중학시절 이야기한 시지프스 신화와 부자와 낙타와 바늘구멍 이야기를 회상하며 웃었다 하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을 헛디딜까 아니, 불현듯 노동을 내려놓고 싶어질까 무섭다고 했다 추락은 추락일 뿐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다는 말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잔을 부딪치며 들어주는 외엔 달리 방도가 없는데 배경처럼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팍팍한 땅바닥에 떨어져 피는 비꽃이 5백 원짜리 동전 같다며 웃었고 저것 몇 개면 하루를 산다고 말하며 얼굴을 훔쳤다 돌아오는 내내 나는 시지프스가 굴려 올리는 바위가 희망이 아니라 커다란 빵이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문출 : 2011년 『시사사』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타래가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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