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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신작시/강경아/빨간 구두의 금요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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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강경아
빨간 구두의 금요일
따각따각 빳빳한 월요일. 그 소리가 무뎌질 무렵 낯설지 않게 혹은 가벼움으로 선명해지는 날이야. 일탈을 꿈꾸는 일몰이 눈동자 속으로 붉게 번질 때까지 일정 분량의 클라이맥스를 준비해야 하는 건 사용자의 몫이지. 중년일수록 간절한 것들은 언제나 레드 카펫 속으로 런어웨이.
엄지발가락에 힘을 줘야 업이 되는 가느다란 목선. 여유로운 눈 맞춤 사이로 빨간 손톱의 떨림이 보일 듯 말 듯, 무릎이 스치도록 걷다보면 적정선의 호감 포인트가 당신을 흥분하게 할거야. 우연을 볼모로 한 친구, 애인도 아닌.
썸*이라 했니.
연기가 나는 호박마차를 타고 푸른 숲속으로 가자. 원 투 차.차.차. 유행 트랜드에 맞게 도도한 스탭 바이 스탭. 마른 땅콩의 심장마저 쿵쿵거리게 하는 난쟁이들의 합주. 빨간 장화 같은 건 던져 버리랬지. 일곱 빛깔의 마음이 통통통 튀도록 쿵짝 쿵쿵짝.
중심을 벗어나는 곳엔 기다리던 당신이 있지.
*썸: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사귀려고 관계를 가져 나가는 단계를 말한다
꿈속을 보았다
만선 1호가 부동맥처럼 뛰고 있는 가막만 바다를 가르기 시작했어. 쫘악 쪼개지는 바다. 파아란 동굴이 보였어. 한 사내가 꺾인 수평선을 타고 뚜벅뚜벅 걸어 내려가는 거야. 가는 길에 생선알을 톡톡 건들어 보기도 하고 풀어 헤친 초록 생머리를 가지런히 가리비핀으로 찔러 주기도 하면서 말야. 지는 노을을 훔쳐 보다 뾰두라지가 하나 둘씩 불거진 우렁쉥이는 발길에 차이기도 했어. 해파리의 습격에 놀라 정신을 잃을 뻔하기도 했지. 어떨 땐 수평선을 잡아 쳐 보기도 하는데 그 탄성에 놀란 고기떼들이 첨벙대며 튀어 오르는 거야. 잽싸게 그 소리를 한 움큼 잡아 호주머니에 가득 채웠지. 돌아오는 길 내내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어. 그 소리가 너무 생생해 갯바위의 뺨을 철-썩 후려치는 소리를 듣고서야 꿈에서 깰 수 있었지.
굴 조각 하나가 낮달에 쨍하니 반짝였어. 눈을 떠보니 뼈가 단단해진 섬에 있는 거야. 따라오는 잔물결들은 발가락 사이로 잠방거렸어. 파도의 흰 꼬리는 여전히 나를 유혹하고 저녁놀이 여물어 가는 꿈속처럼 몽롱한 여름밤이었어.
*강경아 : 전남 여수 출생. 2013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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