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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특집2/제 1회 전국계간지작품상/오대교/수상작 '샛길'/심사평/수상소감/신작 '개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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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제 1회 전국계간지작품상
오대교
수상작
샛길
초등학교 시절
샛길로 빠지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등굣길에 딱 한 번 따라간 적이 있는데
학교까지 빨리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나는 그저 한길이 좋았다
넓고 거침없는 한길이 좋았다
세월이 흘러 그는 큰 장사꾼이 되었다
여손 잠상꾼 노릇도 서슴지 않으며
구렁이 제 몸 추듯 한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던 망육(望六)의 어느 날
그가 급사했다는 부음을 받았다
마지막 길도 샛길로 빠져버린 친구
장례식장에 다녀오면서
그가 곧잘 사라지던 길을 보았다
한번 걸어볼까 하다
그냥 한길을 걸어 집으로 왔다
*여손; 물건값을 올려서 남겨 먹는 장사꾼을 뜻하는 은어.
*잠상꾼; 예전에, 법으로 팔지 못하게 하는 물건을 암암리에 팔던 장사꾼.
*구렁이 제 몸 추듯 한다; 자기 자랑만 하는 사람을 빗대어 말할 때 쓰는 속담.
선정 평
오대교 시인의 「샛길」은 ‘人生’을 압축해 놓은 듯하다. 그의 시는 대단한 기교를 보여주지 않지만 그러한 무기교가 오히려 이 작품을 더욱 깊고 향기나게 한다. 오늘날 ‘새로운 시’라는 이름으로 소통이 되지 않고 경박하기 그지없는 시들이 평가받고 있는 듯해 ‘시를 왜 쓰는가?’라는 서정시 본래의 효용성을 생각하게 한다. 이런 측면에서 오대교 시인의 시는 크게 낯설지는 않지만 실존의 방식에 대해 통찰하게 한다.
“초등학교 시절/샛길로 빠지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학교까지 빨리” 가기는 해도 화자이기도 하고 시인 자신이기도 한 시적 주인공은“그저 한길이 좋”다.
시간이 많이 흘러 ‘샛길’을 좋아하는 친구는 지름길인 샛길을 좋아한 것처럼 자신의 목적지를 빨리 가기 위해 물건값을 올려 남겨 먹는 장사꾼이 되어 큰 장사꾼이 되었지만 더 먼 곳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길을 멈춰버린다. 급사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샛길로 빠져버린 것이다. “장례식장에 다녀오면서” 화자는 “그가 곧잘 사라지던 길을 보았다” 그 길은 ‘샛길’로 탐욕과 정의롭지 못한 것의 상징이다.
이 작품은 ‘샛길’과 ‘한길’이 서로 만나지 않지만, 의미상으로는 서로 충돌하는 시적 구조를 지녔다. 그렇기 때문에 시적 긴장이 유지되면서, ‘옳은 것과 그릇된 것’의 의미를 살피게 하고 있다. 자칫 명암처럼 선악이 대비되는 시적 구조로 인해 상투적이고 뻔한 작품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내포하지만, 시인의 삶의 연륜과 시를 부리는 능수능란함이 생각이 깊은 시를 무리하지 않게 잘 빚어내고 있다.
특히 “한 번 걸어볼까 하다/그냥 한길을 걸어 집으로 왔다”는 고백이 이 작품의 진정성을 깊게 하고 있다.
서정성 회복과 시의 효용성에 가치를 둔 《시와사람》에서 뽑는 제1회 <전국계간지작품상>에 알맞은 작품이기에 오대교 시인의 「샛길」을 뽑는 기쁨이 크다. (시와사람 편집위원회)
수상소감
시와사람 꽃밭에
송이송이 꽃이 핍니다
봄을 노래하는 꽃
여름을 노래하는 꽃
가을을 노래하는 꽃
겨울을 노래하는 꽃
동네방네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발걸음을 멈춥니다
노래에 취해 갈 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의 이 기쁨은 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라는 격려로 알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꽃밭을 일군 시와사람사와 시와사람을 사랑하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개미에 대하여
손바닥에 올려놓고 주먹을 쥔다
보잘것없는 놈
끝없이 나부대는 놈
바윗돌을 등에 지겠다는 무모한 놈
제깟 게 별수 있으랴
치명상을 입던지
아니면 유명을 달리하겠지
궁금한 주먹을 편다
하, 이럴 수가 있나
멀쩡하다
잠시 길을 더듬더니 부지런히 걸어간다
대단하다
*오대교 : 전남 함평 출생. 계간《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윽신윽신 뛰어나 보세』, 『새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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