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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이진옥/백 년동안의 고독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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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2,957회 작성일 15-07-07 11:34

본문

신작시
이진옥

백 년 동안의 고독* 


엉덩이에 퍼렇게 붙어 있던 몽고반점
그것이 그늘의 씨앗이었다
삼신할미는 나에게 뭘 바라고 야무진 씨앗을 엉덩이에 심어 줬는지 

청동의 가지에 무성하게 피어난 녹슨 혀가 귓부리 핥으면
터진 점막이 쏟아 놓은, 베개를 적신 흥건한 불면의 조각들
밝아지지도 않으면서 어두워지지도 못하는 아침을 딛고 일어서면 
발밑은 뜨거운 백사장, 걸음마다 얼음이 날카롭다
 
그늘이 만든 나는 그림자가 없었다
그림자 없는 나에게 잇새에 끼인 울음은 불편했다
삼킬 수도 없는 울음들은 멈춰지지 않는 웃음이 되었다
죽을 만큼 웃었다면 행복하다 해야 하는지

텅 빈 골목 해를 등지고 걸어가다 뒹구는 깡통을 힘껏 
걷어차는 그림자를 이해하는 것처럼 나를 이해하고 싶다
백년쯤 되었나, 한번은 그늘을 청소해야 하는데……

늙은 양피지 속 글자는 자꾸만 부서지고, 이제 그만 농담처럼 툭툭 털어버렸으면

*G. G. 마르케스의 소설제목




엄마를 사러 갔어요


원 플러스 원 행사를 하고 있어요
진열대에 놓인 엄마들, 사랑스런 눈길이 
나를 산수유처럼 노랗게 물들여요
덤으로 끼워진 엄마의 한쪽 눈에 테이프가 감겨있어요
애꾸눈 엄마의 눈이 내 배꼽근처에 머물 땐
옴찔옴찔 오줌을 지릴 것 같다니까요
목에 테이프가 감긴 엄마의 얼굴이 붉어졌어요
모가지가 동백꽃처럼 툭 떨어질까 잠시 걱정했어요
이마에 테이프가 감긴 엄마는 그나마 봐 줄만 하지만 
거울을 보며 주름에 신경 쓰느라 나한테는 관심이 없어요
진열대 한쪽구석에서 낑낑 앓는 소리를 내는 엄마
애꾸눈 엄마의 엉덩이에 눌려 두꺼비 눈알 같이 툭   
실례인줄 알지만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요
엉덩이를 치워주니 백치같이 웃는 엄마
주머니에 넣었어요

헐리우드극장에서, 데드피쉬식당으로, 방콕모텔로 
심장을 조금씩 떼어내는 엄마
심장이 잘려 나갈 때에도 여전히 웃고만 있어요
지우개만큼 작아진 엄마의 심장에 빨간 경고 문자가 떴어요 

더 작아지면 치명적 결과 초래 심장에 붙어있는 애벌레 제거 요망

남은 심장을 다 갉아 먹어 버리기 전에 나를 버려야만 해요
오! 엄마 웃지 말아요 이런 내 모습이 사랑스럽다니요
난 엄마를 다시 사러 갈 거예요


*이진옥 : 2010년 <예술가>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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