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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김옥경/보푸라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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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옥경
보푸라기
낡은 스웨터에 보푸라기를 떼어낸다
윤기 없는, 예쁠 것도 없는
그런 것들이
몸에 붙어 답답해하고 있어
나는 몸을 좌우로 뒤흔들며
손톱에 잡히는 데로
뜯어내지만, 자꾸
가슴과 배에 엉겨서 용종을 만들어
열 개의 지문이 보풀을 뜯어내면
어둠에 생긴 보풀들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인가
도둑고양이 우는 소리인가
꿈인 듯 생시인 듯
울고 있는 소리
낡고 낡은 실밥들
스쿠터위에 고양이
당신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밤늦도록 울어대는 발정난 내 울음소리를 듣고
머릿속을 지나가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내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을 하나요
어떤 이는 맹목적으로 나를 싫어해
자유롭지 못한 일이지요
글쎄, 잘 모르겠지만
부풀어오는 그대 감정들이
표정 없이 헛돌아
짜증을 베어 먹어버리지
오늘은 낙타를 닮은 구름을 보았어
난 사막을 향해 긴 항해를 하고 싶어
누군가 버리고 간 스쿠터를 주워 타고 앉았지
풍경은 가벼워지고 난 달리는 준비를 했지
아, 이런 젠장
내가 고양이라는 사실을
*김옥경 : 대구 출생. 2012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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