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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박철웅/사각형의 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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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철웅
사각형 꿈
꿈을 꾼다. 사각 사각, 꿈을 꾼다. 사각 사각, 베어 먹는, 베어 먹히는, 흰 그림자놀이.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원형이거나 세모. 사각 사각 엄습해오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
창틀 안에서 창틀 밖으로 아이들이 참새 떼처럼 앉아 별을 본다. 우주를 본다. 무서붜, 무서붜, 아이들아, 내려오렴, 내려오렴, 내려온 아이들이 고양이가 되고, 새가 되고, 고양이가 잠자는 새를 물컹물컹 물고, 새는 잠자는 고양이를 콕콕 물고, 흰 그림자들이 흰 그림자를 펼치고, 펼치고, 펼칠 때마다 검은 날개가 돋고, 돋고, 빗자루를 타고 슝슝 슝슝 어딘가를 날다가 추락? 추락하는 상상을 하면, 골목이 나타나고, 전깃줄이 나타나고, 별똥별처럼 추락하는 몸뚱이. 몸뚱이. 무서븐 손을 휘젓고, 휘젓고, 눈을 뜨면, 흐릿흐릿, 검은 벽만, 검은 벽만,
아가야, 깨어났니? 악몽을 꾼 모양이로구나. 키가 크려고 그런단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환청, 어머니, 제 나이가 몇인데요? 밤이 기일다, 기일다, 오다가 하얗게 세는 이 밤은, 하얗다. 하얗다. 사각, 사각, 사각,
꽃집의 우울
국화 꽃잎을 매만지며, 오늘 이 아이는 누구를 위하여 웃을까 생각해본다. 울어야 할 곳에서 청명하게 웃어야 하는 아이는, 환하게 환하게 눈물을 흘릴 것이다. “말없이 누워있는 당신도 저와 같군요.” 쓰디쓴 흰 웃음을 날리며 분향대 위에 차/곡/차/곡 잘린 목을 내려놓을 것이다. 죽은 자를 위하여 또 수천의 꽃을 헌사 해야 하는 나는, 옅은 웃음을 날리며 오늘도 꽃의 목을 꺾는다. 터덜터덜, 용달차에 몸을 싣고 병원으로 간다. 병원이 가까워진다. 조금씩 조금씩, 살금살금, 나의 시간도 병들어 가고 꽃도 생기를 잃어간다. 아가야, 미안하구나.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구나. 얼음처럼 울음을 삭이며 상주를 만나면 사인을 받고, 사인을 받고, 너를 넘기고, 너를 넘기고, 뒤돌아선다. 등 뒤에서 지폐 몇 장을 집어넣고 터덜터덜, 다시 용달차를 몬다. 다음 죽음을 만나러 간다. 병원이 가까워진다. 아이야, 어디만큼 왔니? 활짝 웃는 너에게 사람들은 침울하겠구나. 그래도 너로 인해 조금은 위로를 받겠구나. 꽃집에는 언제나 우울의 꽃이 핀다.
*박철웅 : 전남 해남 출생.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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