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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정선희/모퉁이집 사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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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2,908회 작성일 15-07-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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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선희

모퉁이집 사내


동네 모퉁이집 사내 어디로 갔을까 키가 훌쩍 크고 병약한 그 사내 어디로 갔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동네 한 바퀴, 땅을 줍던 사내 어디로 갔을까 눈이 크고 팔다리가 길어서 구름을 닮은 사내, 걸을 때마다 땅이 휘청, 팔다리를 심던 사내 어디로 갔을까 눈이 마주쳐 몇 번인가 인사를 할 뻔했지 그러나 그와 나는 모르는 사이, 우리는 알아도 모르는 사이, 혼자 있는 그 눈은 고양이의 눈 같아서 아는 척 하면 안 되는 사이, 대문도 닫지 않고 그는 어디로 갔을까 입춘대길 건양다경 아직도 붙어있는데 그는 며칠 째 소식이 없다 걸을 때마다 빈 깡통소리가 나는 다리로 어디로 갔을까 오른 손 오른 발이 둥둥 떠다니는 어설픈 동작으로 그는 지금 어디를 헤매고 있을까? 20년도 더 된 봄날이었다 





지족마을 우리식당
​벚꽃이 지는 날은
바다가 허기로 나를 불러
연육교를 지나고 남해대교를 지나고
지족마을 우리식당에 와서
멸치쌈밥을 먹으며 생각한다
입안 가득 상추쌈을 밀어 넣으며
뱃속에 들어간 멸치 수를 헤아리며
맛집을 다녀 간 사람들이 남긴 쪽지를 
연애편지처럼 읽고 키득거리며 생각한다
봄날에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온
사람들의 얼굴에는 꽃향기가 어려 있어
오늘은 이 세상이 살만한 세상 같아
상추쌈 잇새 끼우고
공기밥 추가를 외치며 생각한다
명품백이 없어도 45평 아파트가 없어도
올해 아들이 좋은 대학에 못 가도
무슨 짓이든 저지르고 싶은 봄날
지족마을 우리 식당에 와서 생각한다
지족도 
우리도 
당신도
나도
섬처럼 떠다니는 이 봄날에,


* 정선희 : 경남 진주 출생. 2012년 『문학과의식』,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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