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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미니서사/박금산/김기태가 백조라는 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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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서사
박금산
김기태가 백조라는 말에 대하여
사과드립니다. 김기태는 백조입니다.
그 선수는 공을 보다가 하늘을 봅니다. 저녁 6시가 되면 4월초의 하늘은 윈도 바탕화면의 배경 컬러 중 블루 빛깔에 해당하는 하늘이 펼쳐집니다. 아주 잠깐입니다. 어둠이 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어두워지면서 푸름이 깊어지는 하늘에서 그는 바다를 찾는 것 같습니다. 푸름이 사라지면 그는 자기 컨디션을 잃습니다.
주특기가 스매시이므로 김기태는 백조입니다. 한 경기에서 스매시 기회는 몇 번 안 찾아옵니다. 하늘이 조금이라도 아름다워질 조짐이 보이면 그는 하늘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한 번도 챔피언이 되어본 적 없으므로 백조입니다.
김기태는 기복이 아주 심합니다. 그는 스윙이 한 가지입니다.
클럽 회원 여러분!
청조, 홍조에도 스윙과 플레이가 단조로운 선수는 많지만 김기태처럼 우아를 유지하기 위해 한 가지 스윙을 고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는 자발적으로 조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백조에 그를 올렸습니다. 그에게 챔피언의 기회를 선물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는 대회에서 하늘을 아마 쳐다볼 것입니다. 대부분의 청조 홍조 선수들은 그의 약점을 이용할 줄 압니다. 대회가 열리는 날 하늘이 쾌청할 거라는 예보입니다.
사과드릴 필요까지는 없을 듯합니다. 세월이 난파선처럼 먼 바다로 흘러간 후에는 승급할 수 있겠지요. 김기태는 백조입니다.
대회준비위원회 올림
*박금산 : 소설가. 1972년 여수 출생.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 고려대 국문과, 동대학원 졸업. 서울과기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소설집 『생일선물』, 『바디페인팅』,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장편소설 『아일랜드 식탁』, 『존재인 척 아닌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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