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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김선옥/숲은 귀를 풀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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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김선옥/숲은 귀를 풀어 외 1편
김선옥
숲은 귀를 풀어 외 1편
숲에서 막 일어난 새소리가
푸르름에 들던 내 귀를 풀고 눈을 묶는다
여린 부리에 매달려 간당거리는 소리
젖은 혀를 모아 목젖을 당기는 소리
한 생의 절박에다 부리를 벼리는 소리
새는 소리를 파고들어 숲을 키운다
나무이파리 서로의 몸을 툭툭 치며 일어서는 고요 앞에
내 투박한 발자국이 숲의 고요를 할퀴는 순간
소리가 없다
푸른빛 출렁이는
고요의 깊은 곳으로 내 발걸음이 빠져드는 순간
한 소리의 풍경을 받쳐 오르다 나무 끝으로 사라졌다
한 계절 길 더듬던 우듬지들이 귀를 세우는 사이
새소리와 내 발자국이 푸르름의 호숫가에 딱 마주치는 순간
얼마나 깊을까 궁금이 물결에 닿기도 전
물결이 귓가에 파동으로 사라지기 전
숲은 귀를 풀어 새들을 키운다
철없이 핀 꽃
엄마 얼굴에 편지가 왔다
검은 우표, 검은 소인이 찍힌
어떤!
철없는 내용들이 엄마 얼굴에
향기도 없는 저승꽃으로
편지를 띄웠을까
그늘 한 평 펼쳐 본적 없는 가을볕에 그을리고
세찬 바람에 뒤챈 꽃잎들,
한동안 못 본 사이
검버섯 위에 엄마의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김선옥 2019년 《애지》로 등단. 글사랑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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