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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김경후/해바라기 소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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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경후
해바라기 소리
눈이 내리고 있어
들어봐
해바라기 베어낸 자리
아무 소리도 없어
쓰러진 텅 빈 줄기와
검은 씨앗
그것조차 사라졌어
들어봐
팔월 해바라기가 마시던 물소리
나비소리
잎을 두드리던 빗방울 소리
아무것도
더 베어낼 것은 허공조차 없는 곳
허공의 소리를 들어봐
뭘 베어낸지 잊은 자리
들어
늦가을
씨앗들을 쥐들이 파먹은 자리
걸레가 된 잎사귀
그것조차 없는 해바라기 소리
해바라기가 없는 소리를
들어봐
캥거루족
어미캥거루가 죽었다
캥거루의 무덤이 캥거루보다 먼저 죽었다
늙은 아이를 담은 채
말라가며 썩고 있는 가죽주머니
*김경후 :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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