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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김현식/벼랑끝 전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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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현식
벼랑끝 전술
평화의 고요가 아닌 정지된 적막함이었어요 고장난 나침반, 잃어버린 목표, 사라져가고 있는 정체성, 희미해진 가치, 그 심연은 허무의 나락이었어요 좀비들이 허연 대낮에도 춤을 추는 새카만 계곡이었지요 흐름이 멈춘지 오래된 썩은 웅덩이였어요 감격은 휘발되어 버리고 침울한 먹구름만 무거운 눈물을 장전하고 있었어요 권력과 재물에 눈먼 자들의 끝없는 탐욕에 풀처럼 여린 영혼들이 지푸라기처럼 말라 갔지요 무슨 이야기냐고요 눈 크게 뜨고 정신 좀 차리고 잘 돌아봐요 당신도 그중의 한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가버린 것들의 빛깔
즐거웠던 삶의 조각들일랑
외로운 삶의 편린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얘야, 너는 잊었니?
여보, 당신은 기억하고 있소?
그 골목길을 이삿짐을 구멍가게를
가버린 것들의 빛깔일랑 그렇게
아련하게 그렇지만 또렷하게
각인되는 것일까
우리들의 푸른 날의 풍경들은
그렇게 먹먹하게 무게있게
구름처럼 멀어져 가는 것일까
낙엽처럼 흩어져
*김현식 : 광주광역시 출생. 2006년 ≪애지≫로 등단. 시집 나무늘보. 산문집 시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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