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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류현승/사이, 그를 두둔하는 그 사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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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류현승
사이, 그를 두둔하는 그 사이
명함 속 먼지, 누구는 곰팡이, 부르지 않아 미끄러지는 정체다
허공에 외치는 사내 목소리가 높을 때 손가락 더 깊다
턱, 고려산
턱에서 날숨을 뭉근하게 내쉬다 生이 스러지는데 도드라지는 건 목젖뿐입디다
딱, 어려운 것이 차라리 쉽다고
전해질이 줄어도 심장 부정맥이든 뇌부종이든 모른다고 차분하게 답하는 사이
쌀 몇 줌 쥐어 주고 틈과 금 사이를 달리는 사이
짠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얼굴을 그려보면 앞모습보다 고개를 젖힌 모습이 빠르다
구름을 팽팽하게 땅겨, 타고 사람의 경계에 신발을 벗어 놓았습디다
검은 선글라스 낀 무거운 춤사위 원은 고개를 젖히고 울먹이다 열리는
사사로운 환유의 꼭지 점에 고언, 독설을 마주 걸고 병 주둥이처럼 붕붕
날숨을 뱉던 몇몇 사이
가도 송전탑의 축 늘어진 평행은 새 날개의 측면 운동은
집에서 이따가 만나자는 거
바람이 데워 줄 이타라고, 배려인양 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지는 꽃
꽃등 하나 백회혈에 낱 잎 날개 비틀기 하는 사이
놀란 사람이 경계에 신발을 벗어 놓았습디다
하루가 털썩 진다
담벼락은 밀리지 않는 무늬로 바람을 마신다
블라인드를 걷고 햇볕이 제 것이라고
색(色)을 버리고 수분을 버리고 날아온 하얀 포자의 행장을 읽는다
등 굽은 파수병은 취한 얼굴로 오더니 손에 닿는 눈물이더라고
챙겨간 사람에게 물을까, 참새 털 같은 쓸쓸하다는 것
피톨이 되어 몸 구석 다니다 풀린 살기(殺氣)
펄럭이는 일상에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나봐
바람에 머리말아 올리더니 풍선처럼 부풀다 마그마 같은 토사물 쏟았다
자리를 함께 하려는 낱은 떼 중 하나
이죽거리는 생이 확 몸부림치다 일어서더니
사다리를 꼭 쥐고 ‘네모 네’ 할 것 같은
떼에서 풀어져 뚫어지게 바라보는 홑에게
겨울 처마 실을 매고 달랑 매어 놓은 각 얼음처럼 살았다고
질기다 말 할 수 있나
오글거리는 낱 중의 낱낱들
허물 벗은 홑은 하현달을 비벼먹고 바람을 마신다
TV는 뻔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만하는 날
자목련 덜덜 떨다 털썩지고
화분 녹잎에 빨간, 거꾸로 매달린 무당벌레하나
사내는 고추장 한 숟가락 푹 떠 밥을 비볐다
*류현승 : 2006년 시안 등단. 시집 ⌜토우와 낡은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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