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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박하현/머리 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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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360회 작성일 15-07-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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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하현

머리 왜?


(생각보다 괜찮아, 남자야 여자야, 너무 짧은 거 아니야, 어머 못 알아보겠어요, 진짜로 잘랐네요, 모자 쓸 거면 뭐 하러, 두상 예쁘네, 안경을 바꿔 봐,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나온 것 같아요, 왜 그랬어요, 시인 같아요, 실연한 건 아니겠고, 에디뜨 피아프, 그림 속 모딜리아니, 사운오브뮤직의 마리아, 다시 머릿결이 좋아지진 않아, 어디 아프세요, 하필 가을에 잘랐어요)

그냥, 이 짧은 말 속에 미로가 있다는 것 알아, 머리카락이 처음부터 자라는 걸 한 번은 보고 싶단 생각 오래 가지고 있었어, 더 솔직히는 쉬지 않고 저지른 푸석푸석한 잘못에게서 태생의 윤기 흐르는 때로 돌아가려 했던 것 같아, 스시테인 화학과 드라이 열기 부푼 인공에서 벗어나 천연의 맛 길들일 수 있지 않을까, 터진 마음 위로 지나간 수술바늘 자국 하얗게 센 쓸쓸을 덮은 암막의 노을 걷어내고 담백하게 말이지, 긴 마음을 두근거림으로 맡겨 말고 풀고 했던 뿌리까지 닿지 못한 지난날에게 그만 쉬자는 거울 앞에서의 결별이었을 거야, 그냥  




발자국을 지웠네


여백 한 폭 담아 오고 싶었네로렐라이 언덕을 내려오는 길
구릉평선 저 끝에서 유채꽃이 다가왔다 사라지고
당신인 듯 우뚝느티나무 한 그루 서 있네

꽃들이 나무를 타고 하늘로 번져가네선이 지워지는 언덕에서
한 목소리도 따라 옅어지고 있었네  
나는 여백 한 폭을 잘라
지나온 발자국을 지웠네, 노랗게


*박하현 : 2006년 시와정신 등단, 시집 <감포등대>. 제1회 시와정신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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