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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양은선/라일락이 질 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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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2,941회 작성일 15-07-07 11:20

본문

신작시
양은선

라일락이 질때
-세월호


천지간 사각거리는 바람소리마저 기울어지듯 자빠지는 슬픔이여 
누구도 수면 저편 숨소리 듣지 못하고 산기슭 눈물만 불어납니다.

이 봄날 분주히 피고 지는 꽃들도 해슷한 달빛처럼 고요하여 
저절로 두 손 가슴을 칩니다. 
하얀 라일락꽃이 내 곁에서 지는 잔인한 서사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평생이 하루 만에 지는 비극의 뒷등에 창하나 생겨납니다. 

창으로 드나드는 바람을 타고 우리 아이 잠시 다녀 갈 수 있으려나 
밤새 어머니의 기도는 길어지고 하얀 어둠은 들썩이는 어깨 다독이며 새벽길을 떠납니다
저녁이면 발밑 잡초도 어미 쪽으로 기우는데 우리내 아이들은 어느 별에서 
여러 날을 노닐다 지는지 ..  

어느 곳에 마음을 두어도 울음소리 귀청을 꿰뚫고 
오늘도 하늘에선 속절없이 비만 내립니다 




소나기


난폭해진 하늘이 바람의 몸을 타고 나뭇가지를 공략한다
꼿꼿이 일어선 하늘이 늙어가는 내 삶의 일상을 더듬는다 
축축 늘어지진 아카시아 꽃잎도 제 몸 무거운지 종일 배부르고 
정신 놓지 않으려고 모질게 몸을 넓히는 여름장미가 붉다 

숨결 닫는 그곳마다 따갑게 역류하는 통증,
하루쯤 대책 없이 떠나려는 발길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저 마른 땅을 소유하는 축축한 시간이 나의 열망보다 크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산다

붉고 저릿한 아픔이 내게로 올 땐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니
마음아 너 갈 곳 없으면 이곳 소나기소리나 듣자구나  
저 멀리 산비탈 산안개와 종일 섭섭지 않게 누워 있는 동안 
나의 하루는 또 맨발 바람이다 

나도 너처럼 때를 두고 쏟아지고 싶은 


*양은선 : 무주 출생. 2007년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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