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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정영희/파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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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영희
파도
그늘을 굽어보는 날이 많아졌다
내 안의 파도 그늘을 굽어보는 것은
어느 날 세상 밖으로 사라진 푸른 별들이
가시처럼 내 몸에 투사될 때의 일
밤이 되면 나의 사고(思考)는 더욱 젊어지고
홀로 흐르는,
타클라마칸에서 오는 황사바람이나
먹빛구름 속 강수량을 예측하듯
내일을 가늠 해보는 것 또한 예외일수는 없다
어둠이 차오르고
열대성저기압이 혈류를 타고 오르내릴 때
내 시계바늘은 거꾸로 돈다
한때 내 삶의 전부였던
바다를 향한 상상게임은 끝난 것이 아니다
잠시 돋을새김 하는 썰물일 뿐,
시멘트로 모자이크 처리된 눈먼 바다
파랑마저 저당 잡힌 이 도시에서
나는 오늘도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또 일어선다
개구리뒷다리
명지산을 등에 업고 찍은
사진을 본다
진달래꽃이 왼쪽어깨에 매달려
파들파들 웃고 있다
꽃샘바람 속 진달래꽃과
햇봄 앓는 내가
명지산에 안겨 허허실실 웃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웃기는
고놈의 개구리뒷다리 때문이다
*정영희 : 2007년 <열린시학 > 으로 등단. 2012년 열린시학상 수상. 시집「바다로 가는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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